넘쳐나는 유동성에…0.05% 금리에도 美연준에 몰리는 단기자금

하루만에 美연준 역레포에 1143조원 몰려
시중 유동성 흡수 목적 역레포, 8년만 최고
연준에 테이퍼링 필요성 신호로 해석될수도
  • 등록 2021-08-09 오후 3:23:25

    수정 2021-08-09 오후 3:23:25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단기 자금이 급증해 향후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의 양적완화로 유동성이 풍부해진 한편, 금융기관들이 단기자금 시장에서 마땅한 운용 자산을 찾지 못해 금리가 0% 수준인 연준 역환매조건부채권(RRP·역레포)에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금융시장 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월가 은행 등 투자자들이 연준에 맡긴 역레포 자금 규모는 하루만에 1조달러(약 1143조4000억원)를 넘었다.

이는 연준이 2013년 역레포 제도를 도입한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역레포는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향후 다시 되사는 조건으로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흡수하는 거래다.

단기 자금이 연준에 몰리는 것은 지난 6월 연준이 역레포 금리를 0%에서 0.05%로 올리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경색될 것을 우려, 역대급 경기부양책을 집행한 결과 시중 유동성이 넘쳐흘렀지만 마땅한 운용 자산을 찾지 못한 금융기관들이 0%에 가까운 이자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WSJ는 “연준에 역레포 자금이 몰리는 것은 금융회사들과 투자자들의 넘쳐나는 유동성을 연준이 빨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연준에 단기 자금이 몰리는 속도가 통상 수준 넘어섰다는 데 있다. WSJ는 “역레포 금리가 소폭 오른 점은 연준의 역레포 거래량 폭증을 설명할 수 있다”면서도 “전문가들은 금융회사들이 미국 국채나 회사채 등 단기 채권을 두고 연준으로 단기 자금을 옮기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데에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단기 자금 시장의 급격한 팽창이 미 국채시장과 증시 등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이클 디패스 시타델증권 미 국채시장 전문가는 “레포 시장은 매일 수익률이 출렁이는 초단기 시장이자 단기 채권시장을 가늠하는 지표”라면서 “단기 자금시장의 움직임이 향후 금융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역레포에 자금이 급격히 몰려드는 현상이 투자처를 찾지 못할 만큼 시중에 유동성이 과잉 공급됐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연준이 테이퍼링을 통해 잉여 유동성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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