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묘소참배로 이장 실현"…윤이상 추모식 열려

독일 정부 협조 23년 만에 통영 돌아와
유가족 30일 추모식 참석해 감사 전해
보수단체 집회도…경찰 200명 현장 통제
  • 등록 2018-03-30 오후 5:20:44

    수정 2018-03-30 오후 5:21:45

30일 오후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작곡가 윤이상 선생 추모식에서 아내 이수자 여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3년 만에 고향 통영에 돌아온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추모식이 30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안에 마련된 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 여사는 “남편은 믿음이나 역사에 어긋나는 일 없이 평생을 살았기에 언젠가 우리나라도 그의 가치를 인정해주리라 생각했다”며 “긴 세월 동안 남편이 나쁘게 선전될 때는 가슴이 아파 눈물 흘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숙 여사의 독일 묘소참배가 남편의 유해 이장이 실현되는 계기가 됐다”며 “유해 이장에 힘써준 한국·독일 정부와 관련 기관에 너무 감사하며 이 잊을 수 없는 감격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여사는 윤이상에게 제2의 인생과 예술을 가능케 해준 독일 정부에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벅차오르는 감정 때문에 인사말을 하면서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행사 내내 딸 윤정 씨와 함께 소회가 남다른 듯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는 “100년 전 통영에서 시작된 윤 선생의 여정이 오늘 완료됐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선생의 업적이 빛바랜 경우도 많았기에 아직 그의 복권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복권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며 이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며 “대화와 열린 마음이 그의 복권을 이뤄낼 수 있으며 바로 그때 그가 진정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모식에는 윤이상의 유가족과 통영국제음악재단 및 통영시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추모식에 앞서 보수단체인 ‘박근혜 무죄 석방 천만인 서명운동 경남본부’가 통영국제음악당 본관 바로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통영시와 경찰은 모를 충돌을 우려해 경찰 약 200명을 동원해 현장을 통제했다.

윤이상의 유해는 지난달 25일 독일에서 이장해 통영시추모공원 내 공설봉안당에 임시로 보관해왔다. 지난 20일 통영국제음악당 인근에 미리 마련한 묘역에 안장했다.

1917년 통영에서 태어난 윤이상은 타계할 때까지 인생의 절반인 39년을 한국에서, 나머지 절반을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에서 생활했다.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조국과 불편한 관계가 되면서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1995년 타계해 가토우 공원묘지에 묻혔다.

윤이상의 유해 이장은 2002년부터 꾸준히 이야기가 나왔다. 2010년 딸 윤정 씨와 함께 통영에 정착한 부인 이수자 여사가 고령임을 의식해 묘소 이장에 대한 간절한 뜻을 통영시에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통영시가 이를 인도적, 문화적으로 수용해 외교부를 통한 행정절차를 거쳐 독일 정부 및 베를린시에 그 뜻을 전달했고 베를린시장이 동의해 유해 이장이 성사됐다.

30일 오후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추모식이 열렸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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