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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3년 만에 고향 통영에 돌아온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추모식이 30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안에 마련된 묘역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윤이상의 부인 이수자 여사는 “남편은 믿음이나 역사에 어긋나는 일 없이 평생을 살았기에 언젠가 우리나라도 그의 가치를 인정해주리라 생각했다”며 “긴 세월 동안 남편이 나쁘게 선전될 때는 가슴이 아파 눈물 흘렸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숙 여사의 독일 묘소참배가 남편의 유해 이장이 실현되는 계기가 됐다”며 “유해 이장에 힘써준 한국·독일 정부와 관련 기관에 너무 감사하며 이 잊을 수 없는 감격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여사는 윤이상에게 제2의 인생과 예술을 가능케 해준 독일 정부에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벅차오르는 감정 때문에 인사말을 하면서도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행사 내내 딸 윤정 씨와 함께 소회가 남다른 듯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그는 “진정한 복권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며 이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며 “대화와 열린 마음이 그의 복권을 이뤄낼 수 있으며 바로 그때 그가 진정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이상의 유해는 지난달 25일 독일에서 이장해 통영시추모공원 내 공설봉안당에 임시로 보관해왔다. 지난 20일 통영국제음악당 인근에 미리 마련한 묘역에 안장했다.
1917년 통영에서 태어난 윤이상은 타계할 때까지 인생의 절반인 39년을 한국에서, 나머지 절반을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에서 생활했다.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조국과 불편한 관계가 되면서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1995년 타계해 가토우 공원묘지에 묻혔다.
윤이상의 유해 이장은 2002년부터 꾸준히 이야기가 나왔다. 2010년 딸 윤정 씨와 함께 통영에 정착한 부인 이수자 여사가 고령임을 의식해 묘소 이장에 대한 간절한 뜻을 통영시에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통영시가 이를 인도적, 문화적으로 수용해 외교부를 통한 행정절차를 거쳐 독일 정부 및 베를린시에 그 뜻을 전달했고 베를린시장이 동의해 유해 이장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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