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 휩싸인 대한민국 사흘간 30여명 화재로 희생

27일 고양종합시외버스터미널 화재로 8명 사망
28일 장성 요양병원 화재로 21명 희생
방화로 인해 제2 대구지하철 참사 날뻔
  • 등록 2014-05-28 오후 6:46:43

    수정 2014-05-28 오후 6:46:43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대한민국에서 불과 사흘 동안 잇달아 발생한 화재 사고로 3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공공장소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머무는 요양병원 등 평소 안전관리가 엄격히 요구되는 곳에서 사고가 나 인명 피해가 커졌다.

최근에 발생한 사고들이 자연재해로 인한 불가피한 사고들이 아니라 대부분 ‘인재’였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화 사건마저 일어나 제2의 대구지하철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두 달도 안되는 시점에서 연이은 사고들에 대해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고양 종합시외버스터미널 27일 오전 화재 8명 사망

지난 26일 오전 9시5분께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고양종합시외버스터미널 지하 1층 식당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25분여만에 진압됐지만 유독가스 등으로 인해 8명이 숨지고 중상자 6명, 경상자 60명이 발생했다. 중상자 중 상태가 위독한 환자도 있어 희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날 화재는 인테리어 용접공사를 하던 중 부주의로 발생했다. 불이 난 후 유독가스가 에스컬레이터 통로를 타고 윗층으로 상승, 지상 2층에 있던 사람들이 주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방화셔터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희생자들이 줄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장성 요양병원 28일 새벽 화재 21명 희생

28일 새벽에는 전남 장성군 삼계면의 효사랑 요양병원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입원해 있던 노인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 등 21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날 화재는 효사랑 요양병원 별관 건물 2층에서 새벽 0시27분께 80대 치매 환자의 방화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재가 나자 소방대원이 바로 출동해 6분여만에 큰불을 잡았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연기에 질식해 스무 명이 목숨을 잃었다. 환자 대부분이 70~90대 고령이고 치매와 중풍 환자가 다수를 차지해 이들에 대한 위급상황에서의 구조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후 병원과 장성군이 ‘위기관련 메뉴얼 현장 작동여부 확인점검’을 벌였지만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고돼 점검 부실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하철 3호선 도곡역, 제2 대구지하철 참사 날뻔

28일 오전 10시54분께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서 오금 방면으로 들어오던 전동차 4번째 객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수백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화재는 객차에 타고 있던 메트로 직원과 역무원 및 시민들의 초동대처로 6분여만에 완전히 진화됐고 신속한 대피로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화재는 2003년 200여명의 희생자를 낸 대구지하철 참사처럼 사회에 불만을 품은 남성의 방화로 일어나 충격을 안겼다. 방화 용의자로 체포된 조모씨는 “보상받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불을 지르고 자살하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거나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지도 않았는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고가 잇따르자 불안해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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