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정다슬 기자] 5일(현지시간) 미 대선이 초박빙 접전으로 예상되면서 지난 2021년 1월6일 미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과 같은 폭력 사태 재발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당시 사건을 주도했던 극우단체가 다시 집결하는 가운데 안전한 투표와 민주적 정권 이양을 위해 보호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 2021년 미 국회의사당 공격으로 지난해 22년형을 선고 받은 프라우드 보이즈의 엔리케 태리오 전 대표.(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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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텔레그램·트루스 소셜 계정 등을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즈’(Proud Boys) 각 지부들은 현재 트럼프 캠프가 제기하는 부정 선거 주장을 확산시키면서 잠재적인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WSJ는 폭동 공모 등의 혐의로 지난해 22년형을 선고 받은 엔리케 태리오 당시 대표 등 많은 회원들이 1·6 의사당 사건으로 감옥에 갔음에도 프라우드 보이즈가 다시 집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해당 단체 회원들은 2020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고 2021년 국회의사당 난입 폭동을 일으켰다.
이들은 “민주당이 부정 선거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통령 자리에 앉히려 한다”고 주장하며 온라인에서 활동 중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들 회원들은 최근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벌어진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지난 9월 공화당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해당 지역 아이티 이민자들이 지역민들의 애완동물을 잡아먹는다고 주장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증오와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글로벌 프로젝트(GPAHE)’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텔레그램에서 여러 단체의 ‘부정 선거와 관련된 폭력적인 발언’이 317% 급증했다. GPAHE는 이들 단체들이 ‘부정 선거’를 언급하면서 “불가피한 내전”, “불법 투표자 사살” 등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4년 전 악몽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유세기간 패배 시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명확하게 말한 적이 없다. 올해도 미 대선 결과가 당일에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데, 개표가 길어질수록 극단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소요 사태를 일으키거나 폭력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이에 미 정부는 내년 1월 6일 워싱턴DC에서 실시되는 선거인단 투표 집계 및 인증 절차 행사를 대통령 취임식 수준의 국가 특별안보 행사로 지정했다. 국가 특별안보 행사의 경호와 보안은 비밀경호국이 주도한다.
각 주(州) 차원에서도 각종 유권자 보호 조치를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경합주 중 하나인 애리조나의 마리코파 카운티는 선거 기간 최대 200명을 투입해 24시간 투표소를 감시할 방침이다. 필요 시 옥상에 저격수도 배치하고 감시 드론(무인항공기)도 순찰에 나선다.
다른 주 선거사무소 역시 방탄유리, 철제문, 감시장치를 통해 보안을 강화하고 각 투표소에 긴급호출 버튼이 있는 목걸이를 배포했다. 일부 카운티는 의심스러운 소포 배달이 올 가능성에 대비해 방호복과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응급처치약물인 날록손을 준비했다. 네바다와 워싱턴은 소요 사태에 대비해 주 방위군을 동원했다.
애리조나주 선거 관리를 하고 결과를 인증하는 에리조나주 국무장관 에이드리언 폰테스는 공격을 대비해 평소 방호복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