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삼바 제치고 모더나 백신 최대 수혜자 ‘부상’

녹십자, 모더나 백신 4천만 도즈 유통에 842억 매출
삼바, 모더나 CMO 최대 매출 전망치와 비슷
모더나 韓유통 물량 늘면, 수익 더 늘어날 수도
삼바 이은 국내 2번째 모더나의 DP CMO 가능성도
  • 등록 2021-07-22 오후 3:01:21

    수정 2021-07-22 오후 3:24:24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녹십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치고 모더나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국내 최대 수혜기업으로 부상했다.

녹십자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유통과 인허가 대행으로 벌어들인 돈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매출액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의 첫 번째 도입물량인 5만5000회분이 충북 청주시의 GC녹십자 오창공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006280)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mRNA-1273)의 국내 유통과 인허가 대행으로 842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로부터 342억원을 받고 모더나로부터 500억원을 수취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녹십자가 정부로부터 받는 342억원은 확정 금액이다. 녹십자는 지난 2월 24일 조달청에서 공고한 ‘[일반용역] 모더나 mRNA-1273 백신 허가 및 국내 유통’ 입찰에 단독 참여해 342억원을 써내 최종 낙찰자가 됐다. 이후 녹십자는 지난 3월 4일 모더나와 mRNA-1273의 국내 허가 및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모더나로부터 받는 500억원은 업계 추측액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이 계약은 녹십자-정부-모더나, 3자 계약”이라며 “녹십자는 정부로부터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4000만 도즈)에 대한 유통 수수료를 342억원을 받게 된다. 아울러 모더나로부터도 백신 유통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다만, 이 금액은 양사 합의로 블라인드(비공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더나로부터 받는 수수료엔 녹십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mRNA-1273’ 품목 허가를 대행 수수료가 포함됐다고 부연했다.

통상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지사가 국내 의약품 품목허가 업무를 담당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화이자, 한국얀센,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등이 자사 백신의 국내 품목허가 업무를 수행했다. 모더나는 한국지사가 없어 녹십자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식약처 품목 허가 업무를 대신했다.

녹십자가 모더나 백신 유통·인허가로 벌어들이는 매출액 842억원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완제생산(DP, Drug Product) 위탁생산(CMO)를 맡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예상 매출액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업계에선 모더나 백신 DP 위탁생산 마진을 도즈당 1~2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마진 1달러에 4000만 도즈의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하면 450억원, 2달러면 900억원 가량 매출액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DP CMO 최대 마진율을 기록해야만 녹십자의 유통 수익과 비슷해진다는 얘기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CMO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 백신 업체 관계자는 “녹십자는 독감백신을 유통하며 콜드체인(저온)전국 유통망을 갖춰놔, 모더나 백신 유통에 신규 투자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더나 백신 인허가 대행도 서류 작업은 많아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바가 기존 DP 설비를 이용하더라도, 백신 DP CMO는 처음으로 안다”면서 “특히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 코로나 백신은 민감한 제재다 보니 무균충전, 포장, 라벨링을 담당하는 DP라고 해도 시설구축과 공정에 상당한 퀄리티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바가 모더나 CMO를 위해 준비할 게 많았을 것”이며 “이런 점에 비춰보면 녹십자는 계약은 상당히 실속있는 계약”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모더나 국내 공급량이 4000만 도즈 이상으로 늘어나면 녹십자는 다시 한번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백신 CMO 관계자는 “국내에서 콜드체인 백신 유통이 가능한 업체는 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둘 뿐”이라며 “SK바이오사이언스도 최근에야 코로나 백신 유통 국책과제를 진행하면서 물류 업체들과 협업해 유통망을 확보했다. 삼바가 유통망을 자체적으로 갖추지 않는 이상 녹십자가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의 모더나 백신 구매량이 늘면 녹십자가 추가 유통 계약을 맺을 수 있단 얘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월 ‘코로나19 백신 유통 관리체계 구축·운영 사업’ 국책과제를 수행을 위해 지트리비앤티와 동원아이팜을 유통 협력업체로 선정했다.

녹십자가 한국 내 제2의 모더나 CMO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녹십자는 지난해 11월 충북 청원군 오창읍에 연 10억 도즈 규모의 위탁생산 시설을 완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더나는 다수의 기업과 코로나19 백신 DP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한국 내 DP 위탁생산 사업자 추가 선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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