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유통과 인허가 대행으로 벌어들인 돈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매출액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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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006280)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mRNA-1273)의 국내 유통과 인허가 대행으로 842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로부터 342억원을 받고 모더나로부터 500억원을 수취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녹십자가 정부로부터 받는 342억원은 확정 금액이다. 녹십자는 지난 2월 24일 조달청에서 공고한 ‘[일반용역] 모더나 mRNA-1273 백신 허가 및 국내 유통’ 입찰에 단독 참여해 342억원을 써내 최종 낙찰자가 됐다. 이후 녹십자는 지난 3월 4일 모더나와 mRNA-1273의 국내 허가 및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모더나로부터 받는 500억원은 업계 추측액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이 계약은 녹십자-정부-모더나, 3자 계약”이라며 “녹십자는 정부로부터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2000만 명분(4000만 도즈)에 대한 유통 수수료를 342억원을 받게 된다. 아울러 모더나로부터도 백신 유통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다만, 이 금액은 양사 합의로 블라인드(비공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더나로부터 받는 수수료엔 녹십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mRNA-1273’ 품목 허가를 대행 수수료가 포함됐다고 부연했다.
녹십자가 모더나 백신 유통·인허가로 벌어들이는 매출액 842억원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완제생산(DP, Drug Product) 위탁생산(CMO)를 맡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예상 매출액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업계에선 모더나 백신 DP 위탁생산 마진을 도즈당 1~2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마진 1달러에 4000만 도즈의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하면 450억원, 2달러면 900억원 가량 매출액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DP CMO 최대 마진율을 기록해야만 녹십자의 유통 수익과 비슷해진다는 얘기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CMO 물량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 백신 업체 관계자는 “녹십자는 독감백신을 유통하며 콜드체인(저온)전국 유통망을 갖춰놔, 모더나 백신 유통에 신규 투자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더나 백신 인허가 대행도 서류 작업은 많아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모더나 국내 공급량이 4000만 도즈 이상으로 늘어나면 녹십자는 다시 한번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백신 CMO 관계자는 “국내에서 콜드체인 백신 유통이 가능한 업체는 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둘 뿐”이라며 “SK바이오사이언스도 최근에야 코로나 백신 유통 국책과제를 진행하면서 물류 업체들과 협업해 유통망을 확보했다. 삼바가 유통망을 자체적으로 갖추지 않는 이상 녹십자가 맡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의 모더나 백신 구매량이 늘면 녹십자가 추가 유통 계약을 맺을 수 있단 얘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월 ‘코로나19 백신 유통 관리체계 구축·운영 사업’ 국책과제를 수행을 위해 지트리비앤티와 동원아이팜을 유통 협력업체로 선정했다.
녹십자가 한국 내 제2의 모더나 CMO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녹십자는 지난해 11월 충북 청원군 오창읍에 연 10억 도즈 규모의 위탁생산 시설을 완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더나는 다수의 기업과 코로나19 백신 DP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한국 내 DP 위탁생산 사업자 추가 선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