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활주로 기준 미달에도 '적정' 평가…포장 파손·항공기 안전 우려

설계 요구조건 미충족에도 '적정' 평가
연약지반 치환용 자재 비용 지급도 부적절
공사 감리원, 시공사 직원으로부터 향응 접대
  • 등록 2017-10-17 오후 2:00:00

    수정 2017-10-17 오후 2: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군 당국이 포항 해군기지 활주로의 콘크리트 휨 강도가 설계 요구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는데도 적정 평가를 내린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방부 국방시설본부는 포장 파손이 예상되는 등 내구성 저하가 우려됨에도 준공한 지 1년이 지나도록 활주로 포장에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감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17일 감사원의 국방부 기관운영감사 결과 군 당국은 2016년 3월 포항공항 활주로 재포장 공사를 추진했다. 그러나 활주로 포장 하부 지반이 연약한 점토층으로 돼 있어 지지력이 확보되지 않자 설계 변경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시공사는 활주로 연약 지반 치환용으로 ‘고로슬래그’를 무상으로 반입해 공사를 완료했다. 고로슬래그는 제철소 용광로에서 철광석, 석회석, 코크스 등을 원료로 해 철을 제조할 때 얻어지는 물질이다. 시공사는 포항공항 공사현장 인근의 제철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인 고로슬래그를 공짜로 확보했다. 하지만 군은 이를 적정한 설계변경으로 판단해 고로슬래그 비용 2억5000만 원을 업체 측에 지급했다.

특히 군 공항 포장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공군 제91항공시설전대는 해당 활주로 포장 상태 평가 시 3개소의 포장 콘크리트 휨 강도가 기준 미달인데도 ‘적정’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재포장 공사 감리원은 시공사 직원으로부터 100만 원 상당의 향응을 수수했다.

포항공항 활주로 재포장공사 실시설계 보고서(2013년 12월)에 따르면 설계 휨 강도는 콘크리트 타설 후 90일이 경과한 시점에 710psi 이상이어야 하고, 설계수명은 20년을 만족하도록 돼 있다. psi(pound per square inch)는 1평방 인치당 작용하는 파운드(중량)를 의미하는 압력의 단위다.

그런데 91전대 항공시설연구실 포장 평가업무 담당자는 콘크리트 코어(시험 시료)를 채취해 시험평가를 하면서 실시설계 보고서에 명시된 휨 강도 기준인 710psi 대신 국방부예규인 ‘국방·군사시설 기준 비행장시설 설계지침’에 명시된 휨 강도 최소 기준인 650psi를 적용해 평가 업무를 수행했다.

게다가 시공한 활주로 구간에서 채취한 9개소의 코어 중 3개소의 경우 평가 기준으로 적용했던 650psi에 미달(488∼589psi)하는데도 평가 자료 수치가 설계지침 기준을 충족(651∼656psi)하는 것으로 환산해 평가보고서에 기재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감사기간(2017년 3월20일~4월21일) 중 91전대의 평가보고서를 재검토한 결과, 활주로 일부 구간의 휨 강도가 668psi로 실시설계의 휨강도(710psi) 기준에 42psi만큼 모자랐다. 또 다른 구간의 경우 488psi로 222psi만큼 미달되는 등 시공 구간 9개소 중 5개소가 실시 설계의 휨강도 기준에 미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측은 “감사결과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에 포항공항 활주로의 시공 상태 검토를 의뢰했다”면서 “포항공항 활주로의 콘크리트 휨 강도가 설계 요구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포장 파손이 예상되는 등 내구성 저하가 우려되므로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포항공항 포장 휨강도 및 설계수명 검토 결과(휨강도 단위: psi) [출처=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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