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물려 주는 것이 합당한 가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157년의 역사를 지니고 후계자에게 엄격한 자격 기준을 요구하는 스웨덴의 명문가 발렌바리 가문을 언급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 일뿐이다. 우리나라 현실에도 맞지 않는 것을 구태여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도 합당하지 않다.
삼성과 현대차그룹에게 있어서는 ‘이미 상당부분 진척이 됐고, 어느 누구도 그 혹은 그들이 후계자임에 토를 달지 않는다. 하지만 법률적으로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랄 수 있다.
그래서 지분 변동이나 계열사간 구조조정 이슈가 발생하면 후계 구도 완성 차원에서 그 일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항상 세간의 관심사가 된다. 최근에 관심을 갖게 할 만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을 가져가기로 했고, 삼성SDS는 삼성SNS를 흡수합병키로 했다. 그런가 하면 현대기아차그룹에서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을 합병키로 했다. 세 가지 사안 모두 ‘확정적 후계자’들의 그룹 지분 보유 현황에 변화를 초래할 만한 사안이어서 관심은 여느 때보다 높다.
지난 2003년 LG카드 사태의 쓴 맛을 본 LG그룹이 대규모기업집단 중 최초로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재계는 거의 대부분 지주회사 전환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유독 1, 2위인 삼성과 현대기아차그룹만은 후계 승계나 지배구조 정비가 답보 상태에 있었다.
최근 두 그룹의 움직임은 지난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개정 상법이 시행된 것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본다.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와 개정 상법이 맞물리면서 그간 준비해 왔던 승계 액션플랜에도 차질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로 인해 더 이상 과거의 행태대로 손쉽게 후계자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없게 된 탓이다.
이번 정권에서 두 곳 모두 3세 승계와 지배구조 정비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는 업계 시각은 많지 않다. 워낙 덩치가 크고 계열사 간 지배구조도 꼬일대로 꼬여 실타래를 풀어 내기가 만만치 않다. 상장 계열사 지분을 옮기는 것이 불가피한 탓에 적기에 실행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손실없이 온전히 넘겨 주는 것도 반드시 고려돼야 할 요소일 것이다.
시험 기간이 되면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던 책을 읽고 싶고, TV 프로그램이나 게임, 인터넷의 유횩은 더 강해지며, 혹자는 하고 싶어 하지 않던 집안 일도 갑자기 하고 싶어진다. 다 핑곗거리를 찾고 싶은 까닭에서다. 하지만 시험은 예정된 시각에 치를 수밖에 없다. 피하려 해서 피할 수 없고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이심전심인 셈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시장이나 사회의 눈을 피해가면서 작업을 진행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한편으로는 승계 작업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사업은 거저 먹고 낮이나 밤이나 승계만을 위해 못된 짓도 마다하지 않는 막장 드라마 속 재벌가 2세의 이미지를 더 이상 뒤집어쓸 이유가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