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방송은 9일(현지시간)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가 ‘몰카’로부터 고객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규제 및 처벌이 관대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촬은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경범죄로 처벌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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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는 그동안 호스트가 명확하게 공개한 경우 실내 감시 카메라 설치를 허용해 왔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사회적 논란이 커지면서 지난 4월 30일부터 뒤늦게 실내 카메라 설치를 금지했다. 하지만 호스트가 이를 위반하더라도 에어비앤비는 해당 계정을 삭제하는 것 외에 여전히 별다른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
CNN은 에어비앤비의 몰카와 관련된 2000페이지 분량의 소송 기록 및 경찰 기록을 자체 분석하고, 몰카로 피해를 입은 20명의 고객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몰카는 거실이나 침실은 물론, 욕실에도 설치돼 있었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부터 옷을 갈아입는 모습, 알몸으로 샤워하는 모습, 연인끼리 벌이는 애정행각 등까지 가장 사적인 순간들이 녹화됐다. CNN은 “카메라는 화재경보기 등에 숨길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작아서 고객은 찾아내기도 힘들다”고 부연했다.
에어비앤비는 2013년 12월 1일 이후 10년 동안 몰카와 관련해 3만 5000장의 고객지원 티켓을 발행했다. 중복 발행을 감안하더라도 수많은 몰카 피해자가 발생했음을 시사한다.
에어비앤비는 몰카에 따른 고객불만 접수 사례는 많지 않으며, 그러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 호스트의 숙소를 플랫폼에서 제거하는 등 적절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NN은 무해한 것으로 판명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는 에어비앤비는 공개하지 않았으며, 인터뷰 요청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호스트가 도난방지 또는 보안을 이유로 내부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고객이 어떤 피해도 입히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피해 사례는 내부 조사 일환으로 처리됐으며 호스트에게 불만 사항을 전달하거나 고객과 호스트 간 합의를 유도 또는 중재하는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에어비앤비의 이러한 조치가 “범죄 용의자들에게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기 때문에 형사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호스트가 범죄 이력이 있어도 숙소 등록에 제약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CNN은 자체 조사 결과 “호스트가 살인, 테러, 강간 또는 아동 성추행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에어비앤비가 발견하더라도 회사 정책에 따라 (숙소 등록이) 자동으로 실격 처리되는 것은 아니었다”며 “플랫폼 이용자들은 에어비앤비의 호스트 배경 조사를 전적으로 믿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에어비앤비는 호텔 등과 달리 숙소 유지·관리·보호를 전적으로 호스트에 맡기고 있다. 이에 따라 피해 책임도 호스트에게 떠넘기고 있다. CNN은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뒤 호스트와 합의한 경우엔 대중에게 관련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발설 금지 등 기밀 유지 계약을 요구했다”며 “규제 및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입막음하는 데에만 주력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