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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이수빈 기자] 2일 오전 서울 노원구 태랑초등학교 앞. 8시 20분을 넘어서자 엄마 손 잡고 등교하는 아이들 모습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한 학부모는 교문 앞에서 아이에게 책가방을 넘겨준 뒤 아이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걱정스런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교장선생님은 한복까지 차려입고 환한 미소로 학생·학부모를 맞았다.
이날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새학기 첫 등교를 실시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전면등교를 결정한 학교의 학부모들은 걱정스런 마음으로 자녀를 학교에 보냈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역대 최다 규모인 21만9241명을 기록했다.
태랑초는 개학 첫 주인 오는 4일까지 전면등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교육부의 정상등교 방침을 따른 것이지만 학부모들은 불안한 모습이다. 2학년·5학년 자녀를 교문 안으로 들여보낸 김라영(43)씨는 “작년에는 확진자가 지금보다 덜 나왔음에도 일주일 중 2~3일만 등교했는데 지금은 하루 확진자가 10만~20만 명에 달하는데도 전면등교를 결정했다”며 “아이 둘 모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학보모들의 이런 걱정과 달리 등교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대부분 밝았다. 손잡고 등교하던 2학년 최유은·오채은 양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최 양은 “학원에서 코로나 걸린 사람이 많이 나와 엄마가 조심하라고 했다”면서도 “그래도 학교에 오는 게 집에 있는 것보다 즐겁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점에서 원격수업을 원하는 학생도 있다. 6학년 지승찬 군은 “학교에 나오면 마스크를 쓰고 운동해야 하고 급식시간에도 칸막이를 두고 먹으니 친구들과 얘기하기도 어렵다”라며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재택수업이 더 편하다”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달리 교사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학생들을 맞았다. 학생들은 중앙현관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체온을 체크한 뒤 담임교사의 지도 아래 2차 발열체크, 손 소독을 하고 교실로 입실했다. 개학 첫 주 전면등교를 결정한 정해웅 교장은 “이번 주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에 괜찮다면 전면등교를 계속하고 상황 통제가 필요하면 학년·학급별로 나눠 등교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교육부는 신학기 정상등교를 예고했다가 학교장 재량으로 원격수업 전환이 가능토록 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원격수업 전환 기준은 ‘재학생 중 확진자 비율 3% 이상이거나 등교중지 학생이 15% 이상’일 때다. 특히 개학 2주간은 신학기 적응기간(3월2~11일)으로 정하고 학교별 단축수업·등교조정을 결정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정 교장은 “교육당국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확진·등교중지 학생이 늘 경우 원격수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랑초는 오는 4일까지를 집중방역기간으로 정하고 학생들에게 빵·우유 등 대체 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급식실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 가동한다. 급식 공간에 학생 밀집도가 높아지는 부분을 우려해 시차를 둔 급식을 고려하고 있다. 태랑초의 학생 수는 897명, 교원 수는 53명이다. 태랑초 한 교사는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급식 실에 모이면 밀집도가 상승하기에 시차를 두고 급식을 실시, 급식실 인원을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학년 자녀를 둔 윤모(42)씨는 교육부의 등교 전 자가진단 권고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오늘 아이가 검사키트를 받아오면 자가진단을 한 뒤 학교에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2학년 학부모 신영자(56)씨도 “오늘도 등교 전 아침 자가진단을 해보려 했지만 시간이 촉박해 못했다”며 “앞으로는 등교 전날 밤에 미리 진단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보였다. 정해웅 교장은 “개학 직전까지 학교방역을 걱정하는 학부모 문의 전화가 많아 상황별 대처방안에 대해 일일이 설명을 드렸다”라며 “교육활동과 방역 둘 다 챙겨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많지만 학부모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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