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지방세 약 9억9000만원을 체납하고 있던 40대 병원장 A씨는 올해 3월 밀린 세금 중 5억8000만원을 납부했다. 나머지 4억2000만원도 납세담보를 제공했다. 서울시의 체납세금 독촉에도 모른 척 하던 A씨가 갑자기 밀린 세금을 낸 건 서울시 38세금징수과가 거래소에 있던 자신의 가상화폐를 압류하면서다. A씨가 갖고 있던 가상화폐는 당시 평가금액으로 125억원에 달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체납 세금을 내 압류를 푸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가상화폐 거래소 3곳을 통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보유한 고액체납자 1566명을 찾아냈다. 즉시 압류 가능한 676명의 가상화폐를 시가 압류하자 이 중 118명이 체납세금 12억6000만원을 즉시 냈다. 세금을 낼 테니 가상화폐 매각을 보류해달라는 체납자의 요청이 이어지면서 시는 고액체납자로부터 총 23억원을 거둬들였다.
올해 체납 세금 총 징수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 28일 기준 징수액은 2236억원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징수액이 전년대비 417억원 가량 줄어 1846억원을 기록한 지난해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월말에 징수액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역대 최고 징수액을 기록한 2016년 2374억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도 코로나19 장기화로 가택 수색과 체납자 방문 등 대면징수활동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라는 평가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면 활동이 위축되면서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체납 징수기법을 연구·도입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압류 외에도 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에 수감돼있는 고액체납자 225명의 영치금을 압류하기도 했다. 영치금은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용될 당시 지니고 있던 휴대금과 수용자 이외의 가족, 친척 등 지인이 수용자 계좌로 보내온 전달금이다. 교정시설에 수감되면 납세 의무를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서다. 이밖에 시는 시·구·경찰·도로공사 등 4개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체납차량·대포차 단속에 나서거나 고액 자기앞 수표 교환 체납자 조사 등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징수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시는 지방재정 혁신 우수사례 행정안전부 장관상 수상을 비롯해 ‘시민이 뽑은 민원서비스 개선 부문 최우수상’ 등 6관왕을 달성했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특정 체납자에게 체납금을 징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금은 반드시 내야 한다는 인식 개선이 징수 효과로 나타난 것 같다”며 “내년에도 징수방식을 개척해 악의·고의적 재산 은닉을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