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금 아닌 물품 구입권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정기적·일률적·고정적` 지급 요건이 중요
현물 지급·사용처 한정 등 이유로 제외할 수 없어
  • 등록 2020-05-13 오후 2:47:09

    수정 2020-05-13 오후 2:47:09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대법원은 회사 구내매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물품 교환권도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했다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방인권 기자)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버스 운전기사 김모씨 등 27명이 덕성여객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버스 운전기사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에선 버스 내 폐쇄회로(CC)TV 관리 등에 대한 수당 명목으로 지급해 온 물품 구입권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덕성여객 노사는 1998년 3월께 운행버스에 CCTV를 설치하면서 당일 출근하는 모든 운전 기사들에게 일비 1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2012년 1월 노후한 CCTV를 교체한 뒤 관리 등에 대한 수당으로 지급해 온 1만원 상당의 물품 구입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기사들은 해당 물품 구입권으로 구내매점에서 담배와 장갑, 음료수 등을 살 수 있었다.

1심은 “기사들이 모두 받을 수 있었으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기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근무일수에 따라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돼 온 고정적 임금”이라며 “현금이 아닌 현물로 지급됐다고 해서 통상임금 범위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그러나 “근로자의 후생복지나 근로 제공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기 위한 조처로서, 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용처가 한정돼 있고 현금으로 교환할 수 없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한 것이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비록 실비 변상 명목으로 지급되었고 회사 발행의 물품 구입권으로 교부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심 판단에는 임금 및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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