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95만원이요"…여의도 불꽃축제 앞두고 '숙소 바가지' 또 기승

이번 주말 불꽃축제, 여의도·용산 일대 숙박비 ‘폭등’
주말 평균 가격보다 최대 5배까지 올라
가격 단속 힘들어…“사업자, 시장환경 책임감 지녀야”
서울시 "폭리 땐 강력 제재할 것"
  • 등록 2023-10-05 오후 3:09:08

    수정 2023-10-05 오후 8:53:05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불꽃축제 ‘명당’입니다. 야경이 예쁩니다. 1박에 97만원입니다.”

오는 7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리는 제19회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앞두고 인근 숙박업소의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존 주말 가격보다 최대 5배까지 숙박비를 올려 부르며 숙박업소를 찾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중고거래 사이트 홈페이지 갈무리.(이미지=황병서 기자)
5일 숙박업계 등에 따르면 여의도 불꽃축제를 이틀 앞둔 서울 여의도 및 용산 일대 숙박업소들이 들썩이고 있다. 여의도 부근 한강 일대에서 벌어지는 불꽃쇼가 잘 보이는 숙박업소를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예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기준 한 숙박시설 공유 플랫폼에 게시된 한강 인근 숙소의 이번 주말 숙박 요금은 1박에 95만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불꽃 축제 명당’이라 소개한 이 숙소의 다음달 초 주말 숙박 요금이 1박에 19만5000원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불꽃축제 특수`로 숙박 요금이 무려 5배나 뛴 셈이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인근 숙소를 양도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불꽃축제가 잘 보이는 여의도 한 호텔의 숙소 요금이 2박에 250만원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여의도 불꽃축제 명당’이라 소개된 용산구의 한 호텔의 숙소 요금도 1박에 100만원으로 소개됐다.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여의도의 한 호텔 스위트룸 가격은 1박에 95만원에 나왔다.

이처럼 폭등한 숙박 요금에 시민들은 예약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연인과 불꽃축제 데이트를 준비하며 인근 숙박시설을 알아보던 직장인 박모(32)씨는 “행사가 열리기 한 달 전부터 인근 숙소를 알아봤지만, 불꽃축제 행사 인근 숙소들이 모두 가격을 올린 상태였다”며 “1박에 터무니도 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식으로 장사하는 행태가 괘씸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의도 한 빌딩서 불꽃축제 야경을 본 직장인 홍모(35)씨는 “회사에서 복지 차원에서 지원을 해줘 작년에 가족들과 함께 봤었다”면서도 “바가지 요금에 이런 곳을 개인이 찾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큰 행사를 앞두고 숙박업소가 숙박비를 올려 받는 행태는 과거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10월 부산 기장군 일대에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며 열린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인근 숙박요금들은 평소 대비 배 이상 오른 것은 기본이고, 1박에 50만~60만원대에서 최고 150만원까지 부르는 곳도 있었다.

매년 축제를 앞둔 바가지 숙소 요금이 계속되고 있지만, 단속은 어려운 실정이다. 숙박요금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처럼 시민들이 즐기는 축제를 폭리 수단으로 삼는 호텔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면서 “오늘도 구청과 합동점검을 했고,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가지요금이 시장 질서를 흐릴 수 있는 만큼, 숙박 업주들이 공정한 가격 제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애어비앤비 같은 개인 간 거래는 규제에 나서기 어렵지만, 호텔 같은 곳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법인의 성격이 있는 만큼, 평상시보다 터무니없는 요금을 받는다면 상거래 질서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에서 사업자 등록번호를 받아 운영하는 경우에는 시장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 8일 서울 여의도 일대 한강공원에서는 제18회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렸다.(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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