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현대차·기아를 대상으로 하는 도난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일명 ‘도둑질 챌린지’에 따른 여파로, 현대·기아차가 지난 2월부터 진행중인 도난 방지 SW 업그레이드마저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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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현대차·기아를 대상으로 도난 사건이 성행하는 이유는 지난해 틱톡·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현대차·기아를 훔치는 방법을 소개하는 ‘도둑질 챌린지’ 영상이 퍼진 탓이다. 2011~2021년 생산된 기아차 및 2016~2021년 생산된 현대차 특정 모델이 타깃이 되고 있다. 도난 사건이 급증한 이후 일부 보험사들은 현대차·기아에 대해 보험 제공을 거부하는가 하면, 피해 차주들이 “결함이 있는 차를 판매했다”며 현대차·기아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차·기아에 대한 차량 리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17개주 법무장관이 연방 안전 규제당국에 현대차·기아의 리콜을 촉구했다. 각 주정부 관리들과 자동차 딜러들은 현대차·기아가 안전 리콜을 실시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에게 대대적으로 안내되는 리콜 공지와 달리, SW 업그레이드는 소비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정식 딜러가 아닌 다른 자동차 대리점에서 두 회사의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 SW 업그레이드와 관련해 별도 안내를 받지 못한다. 지난 3월 미시간주 앤아버의 뷰익-GMC 대리점에서 중고 스포티지를 구매한 애슐리 싱글턴은 “차량을 구매한지 하루 만에 도난당했다”며 “SW 업그레이드와 관련해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도난 대상 모델 차량에는 결함이 없으며 안전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법적 소송 및 리콜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비용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기아는 이달초에도 도난 방지 장치가 없어 피해를 입은 차주들에게 2억달러 이상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WSJ은 “현대차·기아가 도난 방지를 위해 수정된 SW를 출시한 지 3개월이 지난 현재, 문제 해결까진 아직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며 “미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호평을 받아온 현대·기아차의 인지도와 명성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