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최근 빵값이 뛰면서 집에서 직접 빵을 구워 먹는 ‘홈베이킹족’이 늘고 있다. 에어프라이어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공산품인 빵을 직접 만드는 재미를 느끼고 빵값 지출도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정용 냉동생지의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51% 늘며 200만개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SSG닷컴, G마켓, 쿠팡 등 온라인몰에서 판매되는 가정용 냉동생지의 판매량은 69% 늘며 전체 냉동생지의 판매량 증가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증가했다. 2011년 12월 4.2%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특히 빵은 10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9.0%)을 기록했다.
빵의 필수 재료인 밀가루와 달걀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밀가루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지난해부터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달걀값도 금값이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월 밀가루 수입량은 2090t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지만 수입 금액은 199만8400달러(약 24억원)로 21.8% 증가했다. 달걀값은 올해 1월 기준 전년 대비 36.2%나 올랐다.
이에 빵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아예 직접 냉동 생지를 구매해 빵을 집에서 구워 먹고 있다. 냉동 생지는 성형을 마친 빵 반죽을 급속 동결 시킨 것으로, 냉동 상태 그대로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서 조리하면 간편하게 갓 구운 빵을 만들 수 있다. 특히 크루아상 냉동 생지 기준으로 1개 가격이 일반 빵집에서 판매하는 완제품의 6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집에서도 간편하게 빵을 구울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 오븐 등 간편 조리가전의 보급율이 증가한 것도 홈베이킹 트렌드 확산의 원인 중 하나다.
빠르고 간편하게 홈베이킹으로 빵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를 위해 개발한 ‘파베이크’ 상품도 나오고 있다. 굽는데 오랜시간이 걸리는 냉동생지의 단점을 보완한 파베이크는 베이커리 전문 공장에서 생지를 85~90% 초벌로 구워 낸 후 급속 냉동한 것으로 에어프라이어로 5분 내외 조리면 갓 구운 빵의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서양에서는 집에서 빵을 구워 먹는 일이 흔하지만 빵이 주식이 아닌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했는데 빵값 인상에 따라 직접 구워 먹는 재미를 느끼는 빵 마니아들 사이에서 냉동 생지가 많이 팔리고 있다”며 “빵값 인상이 아니더라도 직접 구워 먹는 생지, 파베이크 상품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