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檢은 왜 롯데·SK를 압수수색했나

롯데·SK, 2015년 11월 면세특허 경쟁에서 탈락
관세청, 반 년도 안 돼 추가 면세특허 부여 발표
롯데·SK, 내달 초 발표예정인 특허 도전한 상황
두 그룹의 재단 출연과 추가 특허 연관성 의심
  • 등록 2016-11-24 오후 3:42:53

    수정 2016-12-02 오후 2:07:45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결국 올 것이 왔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이 24일 롯데그룹·SK(034730)그룹과 기획재정부·관세청 등 정책당국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면세업계는 대체로 이런 반응을 보였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진행 방향에 따라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었던 수순이란 뜻이다.

검찰은 지난 20일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의 공소사실에 뇌물죄를 제외한 이후 21일부터 순차적으로 삼성·롯데·SK 등 재계로 수사망을 펼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에게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그룹 지배구조가 재편되면서 계열사 간 합병 과정에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롯데·SK 압수수색은 관세청이 추가로 부여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와 관련이 깊다. 검찰이 롯데·SK와 관세청·기획재정부를 함께 압수수색한 이유다.

롯데·SK는 2013년 시행된 개정 관세법에 따라 특허 갱신 주기가 10년에서 5년으로 줄어들면서 지난해 하반기 원점에서 면세특허 경쟁을 벌였다. 11월7일 관세청의 결과발표에서 롯데는 두산(000150)에, SK는 신세계(004170)에 특허를 빼앗겨 올 상반기 각각 27년, 24년 영업을 이어온 사업장의 문을 닫았다.

문제는 관세청이 지난 3월 특허 갱신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하고 4월29일 서울에 시내면세점 4곳(대기업 3곳, 중견중소기업 1곳)을 부여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관세청은 6월3일 특허공고를 내고 10월4일 입찰서류를 받은 뒤 내달 초 결과발표를 앞두고 있다. 롯데·SK는 HDC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069960)과 특허에 도전한 상황이다.

그동안 면세업계는 서울에 9개의 시내면세점이 있어 사실상 포화상태인데 관세청이 추가로 특허를 부여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어왔다. 추가 특허가 ‘롯데·SK 살리기’가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최근 문을 연 5곳의 신규 면세사업자들은 3분기 누적 수백억원의 손실을 볼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두 기업이 면세점 관련 민원을 넣고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SK하이닉스(68억원)·SK종합화학(21억5000만원)·SK텔레콤(21억5000만원) 등의 계열사를 통해 총 111억원을, 롯데는 롯데면세점(28억원)·롯데케미칼(17억원) 등 총 49억원을 재단에 기부했다.

검찰 수사에서 두 기업이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것과 관세청의 추가 면세특허와의 인과관계가 밝혀진다면 쌍방 처벌이 가능한 뇌물죄가 성립한다. 이 경우 관세청의 추가 특허가 원천 무효가 되는 상황이 초래된다. 관세청 특허결과 발표 이후에라도 소급적용해 문제를 따질 수 있는 사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관세청이 추가 특허결과 발표를 강행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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