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소문난 맛집?”…라쿤 100마리 포위에 신고한 여성

35년간 야생 라쿤들에게 먹이 배급한 여성
개체 수 폭증에 고통…차 긁고, 이동 시 포위
당국 "육식동물 유인할 수도…먹이 주지 말라"
  • 등록 2024-10-10 오후 2:30:01

    수정 2024-10-10 오후 2:30:01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미국에서 한 여성이 먹이를 요구하는 야생 라쿤(미국 너구리) 약 100마리에 둘러싸여 911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워싱턴주 폴스보의 한 주택을 둘러싼 야생 라쿤들.(사진=키챕 카운티 보안관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주 폴스보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지난 3일 911에 전화를 걸어 야생 라쿤 50~100마리가 자신의 집을 포위했다고 신고했다.

이 여성은 지난 35년간 야생 라쿤들에게 먹이를 줬으며 약 6주 전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라쿤 개체 수 때문에 고통받았다. 밤낮으로 집주변에 라쿤들이 나타나서다.

키챕 카운티 보안관실 케빈 매카티 대변인은 “이 여성이 먹이를 준다는 것이 라쿤 마을에 소문이 났는지 라쿤들이 식사를 기대하며 그 집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또 “라쿤들이 점점 공격적으로 변해 먹이를 요구하고 계속 쫓아다녔다고 한다”며 “자동차를 세우면 에워싸고 긁고, 현관문에서 이동할 때도 이 여성을 에워쌌다”고 보탰다.

현장에 출동한 보안관실 직원들도 라쿤 떼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한 곳에 수많은 라쿤이 있는 광경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보안관실이 당시 촬영한 영상을 살펴보면 라쿤들이 마치 해당 여성의 집 뒤뜰에서 잔치라도 여는 것처럼 보인다. 라쿤 개체 수가 급증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워싱턴주 야생동물국 대변인 브리짓 마이어는 “해당 여성이 라쿤에게 먹이 주는 것을 중단했다”며 “라쿤들도 먹이를 주지 않으니 흩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워싱턴주 야생동물 당국은 곰이나 퓨마와 같은 대형 육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만 금지하고 있다. 현행 주법상 라쿤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불법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당국은 라쿤이 사람에게 질병을 옮기거나 라쿤에게 주는 먹이가 코요테나 곰 같은 육식동물을 유인할 수 있으니 라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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