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심플 이즈 더 베스트”…짧은 투자 심사에 주목

1시간씩 진행하는 심사를 30분도 채 진행 안해
심사 짧지만 오히려 ''진정성'' 있다고 평가 받아
"본질은 뻔하므로 굳이 긴 시간 필요하지 않아"
  • 등록 2024-10-07 오후 6:12:43

    수정 2024-10-07 오후 6:12:43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본질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투자할 대상을 어떻게 심사하냐는 질문에 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대표가 전한 말이다. 그는 평소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투자 대상을 심사하는 날 긴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3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짧고 굵게 진행하는 걸 선호한다고 전했다.

사실 이런 식의 짧은 심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이뤄지는 방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다양한 투자사가 실리콘밸리 방식을 수긍하며 선호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짧은 투자 심사 절차를 지향하는 회사가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픽사베이)
투자 심사 절차를 간소화한 투자사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로 우선 ‘진정성’이 꼽힌다. 기존 투자사들은 심사하는 회사에 대한 기본 지식 없는 상태에서 발표만 듣고 현장에서 즉석 질문을 던지곤 한다. 반면 이렇게 투자 심사 시간을 줄인 곳들은 심사할 대상에 대한 사전 조사가 철저하다는 인식이 있다.

국내에서는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사들이 투자 심사를 하는데 약 1시간을 들인다. 이 중 90%의 시간이 사업을 파악하는데 들여진다. PPT 발표와 같은 피칭을 곁들여 심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심사 시간이 긴 이유로 현장에서 해당 기업을 파악하는 분위기가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심사하는 대상이 워낙 많다 보니 스타트업이 미리 공유해준 PPT 자료를 검토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이 기업이 어떤 사업 목표를 지녔는지, 장점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또한 짧은 심사를 지향하는 투자사들은 ‘본질’을 파악하기에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고 전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피칭 대신 투자사들이 미리 받아둔 스타트업의 IR 자료를 검토한 뒤, 인터뷰 당일에는 질문만 던지는 등 심사를 10분 남짓 된 시간만 진행하는 편이다. 실리콘밸리 현지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사를 12초 안에 (왜 이 사업이 지속성 있는지, 왜 투자받아야 하는지) 설득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짧은 심사로 유명한 곳 중 실리콘밸리 투사자 와이컴비네이터가 있다. 회사는 투자 심사를 위해 10분간 면접 형태의 줌 인터뷰를 진행한다. 투자를 받고자 하는 스타트업의 창업자 전원이 인터뷰에 참석하면, 2명 또는 3명의 투자 심사역이 사업에 대한 각종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창업자는 마음에 드나 사업 아이템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피봇(pivot·사업모델 전환)을 권유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와이컴비네이터가 투자를 결심할 마음이 들 때까지 줌 인터뷰 기회를 주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프라이머, 더벤처스와 같은 투자사들이 이런 실리콘밸리식 심사를 도입했다. 일례로 더벤처스는 한 달에 한번 정해진 날짜에 투자 신청서를 검토하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는 IR 피칭 형식이 아닌, 제출한 자료를 미리 검토하고 질문하는 Q&A 형태로 이뤄진다. 검토 시작 후 입금까지 3주 안에 모든 절차가 완료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투자사들은 정책자금을 끼는 경우가 많아 투자 대상을 고르는데 절차가 복잡하고 길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투자사와 같이 민간 출자자(LP)를 모아서 투자하는 곳들이 아무래도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 보니 심사를 짧고 굵게 진행하거나 간소화해서 진행할 수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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