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소외주’로 꼽히는 금융주는 대표적인 저PBR주다. 저PBR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배경에는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때문이다. 배당, 주주 환원 확대 등 기업가치 제고를 압박하는 정책이 도입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입김’에 취약한 은행을 보고 있자면 과도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을지 우려된다. 금융당국의 인허가에 좌우되는 금융업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국내 금융권에선 ‘관치’ 논란이 여전하다. 정부의 간접적인 압박에 민간 기업인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고 금융당국 수장이 ‘이자 장사’로 비판받는 시중은행을 한 곳씩 방문할 때마다 은행은 대출 금리 인하와 서민 상생 패키지를 푸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이다. ‘외압’은 없다지만 은행은 늘 금융당국을 신경 쓰기 바쁘다.
올해도 상생금융 등 당국의 은행 압박은 거세질 것이다. 홍콩 H지수 주가 연계 증권(ELS) 대규모 손실 등 대형 악재까지 임박했다. 가뜩이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는 등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은 주주 환원 확대와 양립하기 어려운 주제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지나치게 시장에 관여한다는 인식과 비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한들 은행의 ‘밸류업’은 요원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