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 직접적인 언급에 나섰지만, 씁쓸한 뒷맛만 남긴 모습이다.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로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지만, 행정부 수장으로서 대국민 사과 없이 남 얘기하듯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논평만 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28일 영국·프랑스 해외 순방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제대로 바로잡아야 한다”면서도 “정부도 신속하게 대응해서 복구하기는 했지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했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예방접종 예약시스템, 사회보장시스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등 공공서비스 전산 시스템의 크고 작은 장애가 계속 발생해 왔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사과도 없었다. 쪼개기 발주, 시스템 관리상 문제, 외부 사이버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사고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모습이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질책도 없었다.
그간 민간 기업에서 온라인 시스템 마비 때 직접적인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재발방지책 마련을 주문하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재난’이라고 민간기업을 비난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민간기업의 경우 카카오 사태로 남궁훈 전 대표는 사퇴하고, 최근 KT 통신장애 때는 대표이사가 머리 숙여 사과했다.
행정은 민생과 맞닿아 있다. 대부분 일이 전산으로 처리되는 요즘같은 시대엔 전산망 마비는 재난이다. 실제로 이번 행정전산망 먹통으로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집 계약이 어그러질 뻔했다는 사례도 속출했다.
더욱이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책임 있는 정부의 대통령이라면 원인 규명과 재발방치책 마련에 앞서 유감 표명을 해야 했다. 국민들의 고충을 살피고 마음을 헤아리는 세심한 자세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