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혈관외과 고대식 교수가 말초동맥질환 치료 후 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혈관 막힘의 주요 원인인 신생내막 증식증 억제를 위한 유전자 ‘PCK2’를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마우스 및 세포증식 실험을 통해 발굴하고 검증했다.
말초동맥질환(Peripheral Arterial Disease)은 심장에서 말초 혈관으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생기는 대표 질환이다. 주로 다리 동맥에서 자주 발생한다. 주요 원인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 침착물인 죽상반(Plaque)이 쌓여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말초로 흐르는 혈액의 양이 줄어드는 죽상경화증(Atherosclerosis)이다.
말초동맥질환은 생활습관 교정, 운동요법, 약물 치료 등으로 호전되지 않으면 혈관재개통을 위해 경피적 혈관 중재 시술(Percutaneous Transluminal Angioplasty)이나 수술적 우회로술(Surgical Bypass)을 시행하게 된다. 하지만 치료가 성공했더라도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새로운 세포들이 자라나는 신생내막 증식증으로 인해 치료 부위가 좁아지거나 다시 막히게 된다.
고 교수는 “말초혈관 질환 환자를 치료하면서 개존율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위해 유전체 빅데이터를 분석, 세포, 동물실험 기반 검증, 환자대상 검증까지 아우르는 융합연구를 진행했다”며 “이번 논문의 바탕이 된 연구를 시작으로 해당 결과가 실제 임상까지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낮은 개존율 극복을 위해 기존 ‘혈관 평활근 세포 증식’에 초점이 맞춰진 연구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방법을 시도했다. 기존 ‘가설 기반 접근법(hypothesis-driven approach)’이 아닌 ‘가설 없는 접근법(hypothesis-free approach)’을 통해 새로운 중요 유전자 발굴에 나선 것이다.
나아가 연구진은 ‘PCK2’가 ‘혈관평활근 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기전(Akt2,3/Fox1,3/PCK2)도 규명했다. 이는 ‘PCK2’를 인위적으로 발현을 증가시키거나 억제한 후 ‘RNA sequencing’을 통해 이뤄졌다.
고 교수는 “PCK2를 유전적으로 발현이 억제된 마우스의 대퇴동맥에서 와이어 손상(wire injury)을 줬을 때 유의미하게 혈관평활근 세포 증식이 억제됨을 확인했다”며 “신생내막 증식증 치료에 PCK2 억제 치료의 가능성을 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말초동맥질환, 낮은 개존율 향상이 관건
말초동맥질환 치료 시에는 환자의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개존율 향상이 관건이다. 말초동맥질환은 죽상경화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라면 어떤 질병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일단 발병하면 일정 거리를 걸으면 다리에 쥐가 난 것처럼 통증이 수반되는 간헐성 파행이 나타난다. 이후 질환이 진행되면 휴식 시에도 통증이 발생하고, 더욱 악화되면 발색이 변하고 상처가 낫지 않으며 괴사가 생기기도 한다.
치료를 위한 경피적 혈관 중재시술로는 풍선을 이용한 혈관성형술과 스텐트 삽입술이 주로 이뤄진다. 수술적 우회로술은 자가정맥 이식편 혹은 인조혈관 이식편을 사용해 폐쇄된 혈관을 우회하는 것으로 진행된다.
이같이 다양한 치료법에도 불구하고 낮은 개존율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치료법인 대퇴-슬와동맥에 대한 경피적 혈관 중재시술의 3년 개존율은 40~60%, 대퇴-슬와동맥 우회로술의 5년 개존율은 자가정맥 이식편의 경우 70~80%, 인조혈관 이식편의 경우 60% 내외로 보고됐다.
고 교수는 “낮은 개존율의 원인은 신생내막 증식증으로 혈관성형술과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한 위치의 혈관, 우회로술의 경우 원위부 문합부위가 좁아지거나 막히게 된다”며 “신생내막 증식증을 억제하고자 약물방출 풍선, 약물방출 스텐트를 사용하고 있으나 최적의 결과를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다양한 연구는 물론 임상 등을 통해 궁긍적으로 개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