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표는 22일 오전 창원시청에서 열린 야권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가 김 대표가 사퇴를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급거 상경했다. 이후 그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 위치한 김 대표의 자택을 찾아 45분여간 회동을 가졌다.
그간 문 전 대표는 김 대표를 영입한 후 당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이슈에 침묵을 지켜왔고 이번 비례대표 공천갈등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랬던 만큼 이번 문 전 대표의 행보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회동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비례 2번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는 “김 대표는 경제민주당이라는 간판 역할을 대선까지 지속해주셔야 하기 때문에 원내에 들어가야 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당 안에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아 제가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어 이렇게 서울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 더민주당은 김 전 대표가 사퇴할 경우 총선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친노계의 입장 역시 일부 변화했다. 더민주 혁신위원을 지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법정관리인’으로 더민주에 초빙됐지만 당규 개정을 통해 ‘대표이사’가 됐다”며 “이후 ‘군주적 리더십’으로 일사천리 행보(를 했다)”고 김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문 전 대표의 정치적인 입지를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한다. ‘갈등의 구심점’에서 ‘갈등의 해결사’로 변화하면서 문 전 대표의 대선후보로서의 위치도 더욱 공고해졌다는 것이다.
실리적인 면에서도 실속을 챙겼다. 이번 비례대표 공천갈등을 통해 공천 룰이 바뀌면서 당선이 어려울 것으로 분류됐던 김현권 전 의성군한우협회장과 이재정 민주사회를위한변호인모임 사무차장, 제윤경 주빌리은행 대표 등 친노·운동권 인사 3명이 당선권 내로 진입했다. 제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