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의 일부 조항의 의결정족수 5분의3(60%)을 위헌으로 보고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긴급 기자회견 전문.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제 거취에 대한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을 막고 국회 선진화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
우선 저는 20대 총선에 불출마 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말한다. 지역구인 부산 중동구는 물론 동서 화합 차원에서 권유가 있었던 호남 등 다른 지역에 출마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20년동안 다섯대 국회에 걸쳐 의정활동을 하며 많은 은혜를 입은 새누리당을 저버리는 일 역시 결코 없을 것이다.
국회의장이 무소속인 이유는 여와 야를 넘어서 불편부당하게 행동해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를 이끌라는 데 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저 주어진 일을 하고 있는 국회의장을 더이상 흔들지 말 것을 요구한다.
선진화법은 19대 국회 내에 반드시 고쳐주길 바란다. 20대 국회까지 ‘식물국회’의 족쇄를 채울 수는 없다. 그러나 여당의 주장처럼 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더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고 과격한 발상이다. 이는 재적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이 상임위 논의 등 모든 입법절차를 건너뛰고 원하는 법안을 모두 통과 시킬 수 있도록 하는 다수당 독재 허용 법안이다. 이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가 다수당이 되더라도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모든 스포츠에서 볼수 있듯이 경기의 룰, 경기의 규칙을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지난 67년동안 단 한번도 국회 운영에 대한 법을 어느 일방이 단독으로 처리한 적이 없다. 선진화법 개정은 국회 운영에 관한 룰을 바꾸는 것이다. 여야의 충분한 협의가 필수적임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아무리 법안 처리가 시급하더라도 이런 식의 극약처방으로 의회 민주주의 자체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고가선 안된다. 선진화법의 가장 큰 오류는 의회민주주의 기본인 과반수 룰을 무너뜨리고 60%라는 초과반수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현행 국회법의 위헌소지 역시 바로 이 점이 핵심이다.
60%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이 제대로 일하라고 만들어준 과반수 정당조차 아무 일을 하지 못하고 시급한 민생 현안과 국익과 직결된 법안이 상임위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법은 바꿔야 하지만 제대로 바꿔야한다. 저는 국회선진화법의 위헌적 요소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국회의 생산적 운영을 가능케 해줄수 있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그 내용을 국민 여러분께 간략히 설명드린다.
첫째, 안건신속처리 제도를 이름 그대로 신속 처리 제도로 바꾸는 것이다. 신속처리 안건의 지정 요건을 재적의원 과반수로 바꾸고, 심사기간을 75일로 단축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엄격하게 하는 대신 도입된 안건신속처리 제도는 그 지정에 60%의 찬성을 요하고 있고 심사기간도 최장 330일에 달하기 때문에 시급한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제도 본래의 취지를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과반수의 요구로 신속처리 대상을 지정해 75일 이내에 처리한다면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의 즉시 대응할수 있을 것이다.
둘째, 법제사법위원회의 병목현상을 개선하는 일이다. 현재 법사위는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서 다른 상임위 소관 법안의 내용까지 수정하고 법안처리를 지연시키는 등 쟁점의 중심이 되고 있다. 법사위의 심사기간을 90일로 제한하고 9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부의해 법사위에서 법률안 처리가 지연되는것을 방지하고자 한다.
현행 선진화법에 따르면 법사위에 묶인 법안을 본회의 부의할 때도 60%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법사위에서 9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는 경우 심사를 마친 것으로 보고 본회의에 부의해 처리하되, 다만 법사위원장과 간사가 서면으로 합의한 경우와 법사위 재적위원 과반수가 서면으로 요구하는 경우 60일 범위에서 한차례만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19대 국회 내에 결자해지 해야한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여야 지도부 간의 협의가 필요하다. 여야 지도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
저는 현직 국회의장으로서 19대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데만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우리 국회가 삼권분립의 튼튼한 토대 위에 반듯하게 나아가고 의회 민주주의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내일로 예정된 여야 간 협상에서 나머지 모든 쟁점에 합의를 이뤄 명절을 맞는 우리 국민께 조금이라도 위로를 드릴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대단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