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 라운드테이블. 발표국으로 나선 한국과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독일, 러시아 8개국 대표 등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자국의 시장 동향을 발표했다.
공동의 목표는 ‘나라마다 제각각인 친환경 규제를 최대한 통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각국의 발표가 이어질수록 이 목표가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日·獨·佛 “친환경차 선도”
일본과 독일, 프랑스는 우리가 친환경차를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단순한 자랑이 아니라 나라마다 서로 다른 친환경차의 표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클라우스 브라우니히 독일 VDA 사무총장은 “올 연말까지 독일 회사가 선보이는 친환경차는 17종이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의 누적 판매가 2만3000대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의 핵심 과제인 충전 인프라는 기대보다는 느리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가 의욕적으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프랑수아 루디어 프랑스 CCFA 홍보담당 역시 2008년 도입하고 2013년 개정한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를 통해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0년 162~3g/㎞에서 120g/㎞ 밑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세이이치 나가쓰카 일본 JAMA 부회장도 하이브리드차 보유대수가 지난해 387만대로 증가 추세이며 전기차(5만4000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3만대), 클린디젤차(14만5000대) 등으로 전체 자동차 중 친환경차가 5.4%(약 410만대)라며 정부의 각종 지원책을 소개했다.
美·러·印 ‘친환경차보다는..’
대형차 위주의 미국과 판매감소에 따른 침체를 겪고 있는 신흥국은 이와 대조적으로 친환경차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중국과 인도, 러시아도 친환경차보다는 자동차 판매 확대를 중심으로 소개했다.
동양 중국 CAAM 부회장은 친환경차의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판매국이 된 중국이 최근 신차판매 둔화에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반면 친환경차 확대에 대해서는 간략히 소개하는 데 그쳤다.
이고르 코로프킨 러시아 OAR 홍보총괄은 “최근 판매는 감소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많은 자동차 회사가 러시아 현지 공장 건설에 나서는 추세”라며 자국 내 공장 유치를 독려했다. 그는 “친환경차는 아직 시작 단계”라고 덧붙였다.
친환경차 시장 선점에 나선 선진국은 2020년 이내의 단·중기 계획을 발표한 반면, 신흥국은 2030년까지의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것도 차이가 있었다. 신흥국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시행할 단계가 아니라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중립적이었다. 발표자로 나선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박사는 “클린디젤차는 빠르게 늘고 있으나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는 아직 미미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아반떼 전기차/하이브리드, 기아 K3 전기차 등 내후년까지 출시 예정인 친환경차도 소개했다.
클린디젤차·친환경정책 ‘이견’
클린디젤차나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을 두고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디젤차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지만 질소산화물(NOX) 등 다른 배기가스 배출량은 결코 적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디젤차가 친환경차인지에 대한 논의는 디젤차가 급격히 늘어난 국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전무는 이에 대해 “한국은 편견이 없는 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디젤차가 친환경차로써 빠르게 보급되는 추세”라며 “친환경차를 둔 다양한 모색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친환경차 규제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은 프랑스 대표가 자국 저탄소차 협력금제의 성과를 강조한 데 대해 “이 제도로 자동차 시장이 위축될 부작용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친환경차에게는 보조금 혜택을, 배출량이 많은 저연비차에게는 과세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도 내년 도입 예정이었으나 제조사의 반발을 수용해 2020년으로 연기했다.
패블링 블랭 프랑스 CCFA 회장은 이에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각국의 여건에 맞춰 도입하는 게 맞다”며 김용근 회장을 거들었다.
한편 OICA는 이날 총회에서 김용근 KAMA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이며, 아시아인으로도 1991년 일본인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앞으로 2년 임기 동안 38개 OICA 회원국 간 조율과 자동차 산업의 공통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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