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복제약 처방제한 확산..업계-소비자 `울상`

NYT "올들어 8개 주의회서 법안 통과"
신약업계 로비 영향..복제약-보험사 반발
연방정부 차원서도 논란..업계 고사위기
  • 등록 2013-01-29 오후 10:54:44

    수정 2013-01-29 오후 11:00:06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 대형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자신들이 개발한 신약을 본따 만든 복제약 처방을 제한하기 위해 주정부 등을 상대로 로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 복제약 업계가 위기에 처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들어 한 달간 미국내 최소 8개 주(州) 의회가 약사들이 인기있는 신약 처방을 복제약으로 대체하는 일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가장 최근인 지난주 후반 버지니아주도 이 법안을 찬성 91표, 반대 6표의 압도적 표 차이로 통과시켰다.

아울러 아직 보류 상태이긴 하지만, 그 밖에 많은 주들도 이같은 법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법안은 당초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건선 치료약인 ‘엔브렐’을 생산하는 암젠과 암 치료제인 ‘헤르셉틴’ 제조사인 제넨텍 등 초대형 신약 개발회사들이 각 주 의회에 로비를 통해 제안한 것이다.

법안을 제안한 제약사들은 복제약이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지더라도 원래의 신약과 완벽하게 동일할 순 없기 때문에 이같은 제한조치가 환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복제약(generics)’이라는 단어보다 유사하다는 의미의 ‘바이오시밀러(biosimilars)’라는 단어를 흔히 사용하고 있다.

반면 복제약 회사들과 보험사들은 이같은 법안에 반대하거나 이를 수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린너 M. 클락 복제약협회(GPA) 이사는 “이같은 조치들은 바이오시밀러 업계를 고사시킬 수 있다”며 “복제약에 대한 신뢰를 평가 절하시키며 업계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욱 큰 문제는 복제약 처방이 제한될 경우 미국인들의 의료비 지출이 그 만큼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미국내 보건관련 시장조사업체인 IMS헬스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한 해 약값 지출액인 3200억달러 가운데 25% 정도가 신약 구입에 쓰이고 있다. 특히 이 비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와 건선 치료약인 ‘엔브렐’, 암 치료제 ‘헤르셉틴’ 등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신약 구입에 한 해 수십만달러를 쓰고 있다.

이같은 신약과 복제약 업계의 전쟁은 현재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바이오시밀러에 기존 신약과 동일한 복제약 명칭을 붙일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데, 동일한 명칭을 쓸 수 없게 된다면 설령 주 정부가 이를 허용해도 약사들은 복제약으로 대체 처방할 수 없게 된다.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모멘타 파마큐티컬스 크레이그 A. 휠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지금 혼란 속에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며 “업계도, 미 의약당국도 어떤 길을 가야할지 모르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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