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은 22일 청사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피격된 A씨(47)가 무궁화10호에서 이탈하기 전에 도박 계좌로 돈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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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국장은 “A씨는 지난달 출동 중에 어업지도선 동료와 지인 등 30여명으로부터 꽃게를 사주겠다며 꽃게 대금을 받아 당일(9월20일) 마지막 당직근무 직전인 오후 10시28분에 마지막 판돈을 도박계좌로 송금(배팅)을 하고 도박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건 발생 이후 A씨의 급여·수당·금융계좌 분석과 A씨가 과거에 사용했던 3대의 휴대전화 감식, 주변인 진술 등을 통해 A씨가 도박 등으로 인한 각종 채무로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해경 수사팀이 확보한 최근 15개월간(지난해 6월부터 실종 전까지) A씨의 계좌 추적 결과 도박계좌 송금 횟수가 591회였다”며 “A씨는 자신의 급여와 금융기관·지인 등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수억원대의 인터넷 도박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A씨는 9월20일 오후 11시40분께 무궁화10호 어업지도선 3층 조타실에서 당직원 1명과 함께 야간당직를 했고 다음 날 오전 1시35분께 당직원에게 1층 서무실에서 컴퓨터 작업을 할 것이 있다며 조타실을 나왔다. 당시 A씨의 복장은 근무복 차림이었고 구명조끼는 착용하지 않았다.
A씨는 조타실에서 나와 1층 서무실에서 컴퓨터에 접속해 문서작업 없이 파일(구체적 내용 확인 불가)을 삭제했고 침실에서 선미갑판으로 이동해 선박에서 이탈(해상으로 입수)한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해경은 A씨가 조타실에서 나온 시각과 서무실에서 컴퓨터에 접속한 시간(오전 1시37분께), 소연평도 기지국과 A씨의 휴대전화 최종 연결시각(오전 1시51분께, 휴대폰이 꺼진 시간) 등을 감안해 9월21일 오전 2시 전후에 선박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했다.
윤 국장은 “A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붉은색 계열의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A씨의 침실에 3개의 구명조끼(A·B·C형)가 보관돼 있었다는 동료직원의 진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중 B형(붉은색)의 구명조끼가 침실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보아 A씨가 B형 구명조끼를 착용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무궁화10호는 구명조끼에 대한 정확한 관리가 되지 않아 특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선미 밧줄더미 속에서 발견된 검정 슬리퍼는 무궁화10호·13호 직원들 모두 자기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 중 2명은 “무궁화13호에서 식당에서 TV를 볼 때 A씨가 신고다니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다. 무궁화13호는 A씨가 9월9일 탔던 어업지도선이다. A씨는 이 배에서 같은 달 17일 무궁화10호로 이동했다. 해경은 동료 진술 등을 토대로 해당 슬리퍼를 A씨의 것으로 판단했다.
해경은 유족이 제기한 실족 가능성에 대해 부인했다.
윤 국장은 “실종 당일 무궁화10호는 닻을 내리고 정박한 상태에서 기상이 양호했다”며 “A씨가 북측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던 정황 등을 감안해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의 수사사항을 살펴 볼 때 A씨는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다”며 “A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북측 민간선박에 인적사항을 밝히고 월북의사를 표명한 정황 등을 고려할 때 A씨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9월21일 낮 12시51분께 인천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 어업지도선(무궁호10호)에 있다가 해경에 실종신고 됐다. 정부 조사 결과 A씨는 북한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