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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평소에도 한국 가수·드라마·영화를 너무 좋아했다. 한국문학에도 관심이 많아 도서전에 왔는데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문학을 볼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언젠가 번역 없이 한글 책을 읽을 거다.”
이스탄불에 사는 메리크 시난(15)의 말이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멤버와 결혼하는 것이 꿈인 터키의 소녀다. 이제는 방탄소년단을 넘어 한국문학에까지 관심폭이 넓어졌다. 시난만이 아니다. 터키의 젊은 여성들이 한국문학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스탄불국제도서전’ 한국문학 가능성 보여줘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 투얍전시장에서 개막한 ‘이스탄불국제도서전’은 한국의 6배에 달하는 터키 출판시장에서 한국 출판진출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였다.
주빈국으로 참가한 한국은 252㎡(약 76평) 규모의 한국관을 설치해 터키 관람객을 맞았다. 현장 분위기는 놀라웠다. 터키인들은 한국관에 전시한 도서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때론 책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예상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소설가 김애란·최윤의 강연에는 관람객이 시작 전부터 자리를 꽉 채운 것도 모자라 주변을 에워싸며 강연을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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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여성 관람객이다. 터키는 여성 독서율이 남성보다 훨씬 높다. 한국문학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한류에 열광하는 터키 여성들이 한국문학으로까지 옮겨온 것이다.
터키 출판시장 진출 과제 ‘번역가 양성’
지금까지 터키에서 출간한 한국문학은 한강의 ‘채식주의자’(창비·2008), 안도현의 ‘연어’(문학동네·1996) 등 15권이 전부다.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터키 독자들은 어서 번역해 출간하면 되는 것을 왜 안 하고 있느냐고 답답해한다. 문제는 번역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한국문학을 터키어로 번역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국내에 5명밖에 없다. 물리적으로 많은 작품을 터키에 소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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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쾨주 교수와 번역가 이난아씨는 한국문학을 터키에 알린 주역이다. 튀르쾨주 교수는 15권 책 중 6권을 번역했으며 이씨는 5권을 번역했다. 둘은 “터키 출판시장에 한국문학이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번역가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인권 다룬 문학으로 터키 독자 공략해야”
올해 한국 문학계의 키워드는 ‘여성인권’이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민음사·2016)을 필두로 여성인권을 다룬 작품들이 큰 인기를 얻었다.
터키도 마찬가지다. 이슬람국가인 터키는 여성인권이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터키에서도 여성인권 향상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학계에도 그런 영향으로 여성인권을 다룬 작품을 찾는 독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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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과 사형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문제제기한,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오픈하우스·2010)은 곧 터키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출간하기 위해 터키 출판사들이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이씨는 “그만큼 여성인권을 다룬 한국문학에 터키 독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런 독자층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터키 독자층이 대부분 여성이기에 여성인권을 다룬 작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특히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인권이 낮았던 한국에서 어떻게 여성인권 문제를 다뤘는지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36회를 맞이한 ‘이스탄불국제도서전’은 매해 5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터키 최대 도서전이다. 올해는 4일부터 7일까지 이스탄불 투얍전시장에서 열린다. 소설가 김애란·이성복·손홍규·최윤을 비롯해 시인 천양희·안도현 등 6명의 작가가 한국 대표로 참가해 한국문학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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