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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통합진보당 사태’와 마주한 정치권이 각자 셈법계산에 분주해졌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종북세력 척결을 위한 ‘진보당 방지법’ 입법화에 본격 착수했고, 민주당은 그간 공세를 폈던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이 묻힐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여야는 헌법재판소의 진보당 해산여부 결정이 내년 5월 이전에 내려질 것으로 보이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도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새누리, 종북척결 드라이브
새누리당은 종북척결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관련법안들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최우선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6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석기 진보당 의원과 그 보좌진에 대한 세비와 자료요구권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여야 공동으로 조만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내란음모 등으로 구속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제재안으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원내지도부간 공감 하에 만들어졌다. 민주당도 범야권인 진보당의 종북행위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히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여야는 이르면 이번주 안으로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당이 해산되면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도 함께 상실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김진태 의원 대표발의)도 계류돼있다. 현행법상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이 이뤄져도 소속 의원들의 자격상실 여부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심재철 의원이 발의한 범죄단체 해산법도 진보당 방지법으로 분류된다. 법원에서 반국가단체로 판명되면 강제해산 등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회 법제사법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 측은 “관련법안들을 따로 모아서 우선 처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민주당도 반대논리가 마땅치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움직임이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관련이 깊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회 전반에 ‘공안정국’이 조성되면 보수 성향의 여권 판세에 긍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당이 해산되면 야권의 파이 자체가 줄어 여권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는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지도력 공백현상) 시기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정부와 여당으로선 중대한 분수령이다.
딜레마 빠진 민주, 내년 지방선거 걱정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새누리당의 종북척결 움직임을 정면으로 비판하자니 진보당을 두둔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기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들이 묻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에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대여투쟁 동력이 상실된 것이다.
한편 사태의 당사자인 통합진보당은 이날 초강경투쟁에 돌입했다. 진보당 김미희·김선동·김재연·오병윤·이상규 의원 등 5명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주의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삭발과 함께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김미희 의원은 삭발식 직후 “진보당은 북한을 추종한 적도, 북한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 적도 없다”면서 “당원에 따라 충실하게 움직인 당”이라고 주장했다. 김재연 의원은 “박근혜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진보당 대표도 이날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시민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조치를 강력 규탄했다. 이 대표는 “박근혜정부는 유신부활을 기도하며 독재정권으로 가고 있다”면서 “진보당은 독재회귀를 막는 몫을 충실하게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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