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반도체 전문학회인 반도체공학회의 이규복 회장을 11일 만나, 국제 정세가 우리 반도체기업에 미칠 영향과 우리 기업들이 가야할 길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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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이 주변국으로 확전되고 있다.
△미국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 네덜란드와 일본을 동원했다. 네덜란드에 이어 일본도 오는 7월부터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한다고 나섰다.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장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당장 중국 공장의 경쟁력이 나빠지진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일반 가전에 쓰이는 반도체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으나, 길게 보면 반도체 전반적으로 수준이 오른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메모리 기술력을 개선하지 못하면 언젠간 점유율 하락이나 수요처 확보 등 성장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국도 미국 메모리기업 마이크론 때리기에 나섰다.
△우리 기업을 상대로 한 보여주기식 행동이다. 미국은 반도체 보조금 지급조건 ‘가드레일’ 조항을 바탕으로 우리 기업들의 중국 시설을 규제하면서도 어느정도 생산은 가능하게 길을 열어뒀다. 중국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사업을 줄이거나 접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운영을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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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요구하는 정보에는 삼성이 메모리 1위에 오른 노하우가 간접적으로 담겼다. 이게 공개되면 우리로선 시장 1·2위 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정보를 주지 않고 보조금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건 미국의 공급망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미국이 우리 기업들의 반도체사업을 압박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더군다나 반도체공장은 용수, 전력, 인력 등 여러가지 바탕이 함께 조성돼야 한다. 보조금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가 이 같은 반도체 인프라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로 나올 우려가 있다. 미국은 보조금이란 수단으로 우리 기업들에게 족쇄를 채우려 하는 상황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슈퍼 을(乙)’이 되려면 기술 초격차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떤 기술에 집중해야 하는 건가.
△ AI 반도체와 차량용반도체, 전력반도체 등 3가지로 꼽을 수 있다. 우선 AI 반도체는 중장기적으로 사용처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유럽 일부 국가, 일본, 한국 등이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지만 앞서 나가는 곳은 딱히 없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으면 먼저 치고나갈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차량용반도체도 수요가 더 늘어날 예정이다. 기존 내연기관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100개 정도 된다고 하면, 전기차는 500개~1000개, 자율주행차는 2000개 이상 등 점점 필요한 양이 많아진다. 자율주행차량에 달린 센서 대부분에 반도체가 같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전력반도체는 에너지 이슈가 부각된다는 차원에서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용 전력을 최소화하면서도 전자기기가 원활히 작동되도록 하는 기술의 전력반도체가 각광을 받을 것이다.
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은…
△인하대 미디어시스템 공학박사 △미 BTI 파견연구원 △미래창조과학부 ICT디바이스 CP △단국대 초빙교수 △국가연구개발 간접비 산출심의위원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부원장 △반도체공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