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경기 불황의 여파로 일자리에서 비자발적으로 벗어나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급여의 지급액도 10개월 만에 1조원을 넘겼다. 일자리를 얻어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내국인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 15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일자리 정보 게시판에 실업급여 신청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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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신청자 다시 증가…지급액도 1조원 넘어10일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 통계로 본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구직급여 신규신청자 수는 14만4000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1만1000명(8.5%) 증가했다. 구직급여는 실업자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수당으로, 실업급여가 대부분을 차지해 통상 실업급여로 불린다.
고용부가 매월 발표하는 노동시장 동향은 고용보험 가입자 중 상용직과 임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초단시간 노동자 등은 제외된다. 구직급여를 신규 신청했다는 건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에서 근무하던 근로자가 비자발적으로 일터에서 이탈했다는 뜻이다.
|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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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구직급여 신규신청자 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고용시장이 얼어붙었던 2021년(14만900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산업별로는 교육서비스업이 3000명으로 신청자수가 가장 많았다. 건설업도 3000명, 제조업 2000명 등을 중심으로 신청자수가 늘었다.
천경기 고용부 미래고용분석과장은 “3월의 증가요인은 특이한 부분이 있는데, 교육서비스업의 경우 학교가 개학하면서 방역 인력이 크게 축소하면서 관련 근로자들의 신청수가 많았다”며 “건설업의 경우 일용직 가입자를 포함하고 있어 늘어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엔 구직급여 지급액도 2022년 5월(1조150억) 이후 10개월 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 지급액은 1조333억원으로 지난해 3월보다 297억원(3.0%) 증가했고, 지급 건수당 지급액은 약 135만원으로 0.5% 늘었다. 연말 계약 종료의 영향으로 올해 1월과 2월 신규신청자 수가 10만명 이상으로 급증한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경기 불황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뺀 고용보험 가입자 줄어…“고용시장 둔화”
실제로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이는 외국인 가입자의 영향이었다. 지난달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00만7000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36만9000명(2.5%) 증가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10만명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보건복지(9만4000명), 숙박음식(4만8000명) 등 순이었다.
|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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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같은 기간 비전문취업(E9) 비자와 조선족의 방문취업(H2) 비자를 발급 받은 외국인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5만4000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10만명이 늘었다. 직전 달인 2월보다도 2만4000명이 늘었다. 이에 외국인 가입자를 뺀 내국인 고용보험 가입자는 26만9000명 증가하는데 그쳤고, 가입자수 증가폭은 둔화되는 상황이다.
특히, 고용허가제 외국인의 90.4%가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어 제조업 가입자 동향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조업 가입자수 증가분(10만명) 중 8만8000명이 외국인 근로자다. 내국인 가입자는 1만2000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줄고 있는 형국이다.
천 과장은 “올해 들어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 폭은 26만 명대로 많이 둔화된 상황”이라며 “전체 고용시장에서 취업자 증가 폭도 지금 작년 연말부터 매달 10만명 정도씩 증가 폭이 둔화하고 있어 노동시장 자체는 조금씩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