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재판에서 박 전 부장의 변호인은 “용산서 정보관의 (핼러윈 정보)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면서 “나머지 3건의 보고서는 삭제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 ‘감찰에서 요구하면 그때 제출하자’고 한 것”이라며 혐의 전체를 부인했다.
삭제돼 문제가 된 보고서는 용산경찰서에서 생산된 총 4건으로,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축제 기간을 앞두고 서울경찰청에 보고된 SRI(특별첩보요구) 보고서도 포함됐다. SRI는 상급청 정보조직이 일선 경찰서에 자료를 수집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보고서 형태로 회신받는 시스템이다. 검찰은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이 공모해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죄가 되더라도 김 전 과장은 당시 정보 보고서 처리 규정에 따른 적법한 조치였던 만큼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상급자인) 박 전 부장은 자신의 지시가 경찰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메신저와 전화를 통해 반복적으로 지시해, (하급자인 김 전 과장으로서는)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함께 재판 넘겨진 곽씨의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공소사실 인정으로 입장을 정리 중”이라면서도 “다만 미필적 고의와 과실로 인한 인정으로, 상관의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점도 있어 위법성이 낮게 평가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곽씨는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의 지시를 받고 직접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방청한 일부 이태원 사고 유족들에게 직접 발언한 기회를 제공했다.
희생자 고(故)이민아(25)씨의 부친 이모씨는 “가장 궁금한 건 매년 실시하던 이태원 핼러윈 축제 사전 계획이 왜 작년에는 수립되지 않았냐는 것”이라며 “피고인들도 가정이 있고 국가 일을 하다가 그렇게 된 거라 생각하기에 강한 처벌은 원하지 않고, 유족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과연 왜 이 참사에서 예년과 달리 경비 대책이 없었는지 등 의문점 사실대로 밝혀 진실을 알려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