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에 밀린 골목길 도시재생사업 '막 내리나'

골목길 도시재생 사업지 4곳 '일시 중단'
신통기획 원하는 주민들, 노후도 개선 사업 반대
거리두기로 주민 의견 취합 어려운 점도 난관
탑다운식 행정에 예산 비효율적 집행 지적도
  • 등록 2022-03-02 오후 3:03:45

    수정 2022-03-02 오후 9:28:53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서울시가 추진하는 골목길 도시재생사업이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집값 상승에 재개발로 마음을 돌린 주민이 이 사업 대신 신속통합기획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사실상 도시재생사업이 막을 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관악구 신림1재정비촉진구역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2일 서울시에 따르면 골목길 재생사업 진행 지역 중 4곳이 신속통합기획으로 일시 중단됐다. 신통기획에 참여하기 위해선 노후도가 유지돼야 하는데, 골목길 재생사업에 참여할 경우 노후도가 개선돼 신통기획 요건을 맞추는 데 방해가 된다는 주민들의 지적 때문이다.

골목길 재생사업은 총사업비 560억원을 들여 골목길 정주와 생활환경 개선, 공동체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기획된 사업이다. 현재 16곳이 공사 중이고 16곳이 계획 수립 중이지만, 집값 상승과 함께 서울시의 재개발 정비사업인 신통기획 공모가 확대되면서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신통기획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주민동의율 30% 이외에도 △노후도(동수, 연 면적) △과소필지 △접도율 등 법적 재개발 구역 지정요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도시 재생사업은 노후도에 영향을 줘 병립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골목길 재생사업이 먼저 진행되고 있었지만, 신통기획 사업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커졌다”며 “신통기획에 통과되지 못한 구역이지만 2차 후보지 선정을 위해 더는 재생사업 진행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통기획에 선정되지 않은 지역도 사업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신통기획 2차, 3차 후보지 지정이나 민간 재개발을 노리자는 의견이 높은 만큼 노후도 요건에 영향받는 골목길 재생사업을 마뜩잖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골목길 재생사업은 법률적 요건이나 지침에 따른 사업이 아닌 자치구 주도 공모사업인 만큼 사업 추진을 강제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더해 실제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 여건 탓에 사업은 더욱 미궁에 빠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주민들에 대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의견 취합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1월 신통기획 후보지 미선정 자치구의 주민의견을 물어 대응키로 했지만, 주민의견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 결국, 골목길 도시재생사업 진행은 상당기간 재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전격적으로 들어보려고 시도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주민의견 청취가 쉽지 않다는 지자체의 회신을 받았다”며 “의견이 모호한 상황에서 사업을 무조건 진행하는 것은 부정적인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어 이를 명확히 정리한 후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탑다운(top-down)식 행정집행이 예산의 비효율적 집행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대상지를 선정할 때 주민 찬성비율을 정해놓지 않고 탑다운식으로 지정, 진행한 사업이어서 주민의견이 대치되고 갈등을 일으킨 상황”이라며 “집행되지 못한 예산은 불용예산으로 남아 이월되겠지만, 자원의 효율적인 집행 차원에선 굉장한 낭비가 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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