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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한 A씨의 입장문 전문이다.
전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할 자신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