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로 궁해진 산유국…잇달아 해외에 손 벌려

아부다비·러시아에 이어 카타르도 90억달러 유로본드 발행
사우디는 지난달 달러채권 발행
재정적자 메우기 위한 방편…고금리에 돈 몰려
  • 등록 2016-05-26 오후 4:17:17

    수정 2016-05-26 오후 4:17:17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산유국들이 잇달아 글로벌 금융시장에 손을 벌리고 있다. 저유가에 곳간이 비자 외환보유액 헐어가며 버텨왔지만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카타르 4년만에 유로본드 발행

카타르는 최근 90억달러(약 10조6500억원) 규모의 유로본드를 발행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동 국가의 유로본드 발행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카타르가 유로본드를 발행한 것은 4년만이다.

지난 2014년말부터 시작된 유가 급락으로 카타르도 타격을 입었다.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2%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오는 2022년 월드컵 경기를 치르기 위해 2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공사를 진행중이어서 돈이 궁한 상황이다.

루츠 뢰메이어 란데스방크베를린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카타르는 재정지출과 투자, 소비를 줄이는 긴축을 거부하고 그들이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며 “처음에는 외환보유액을 헐어 쓰고 유가가 오르기를 기다리더니 결국 외환보유액을 채우기 위해 대규모 채권을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산유국 앞다퉈 해외채권으로 자금조달

카타르 뿐 아니라 산유국들이 잇달아 글로벌 채권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부다비가 5년 만기의 유로본드 50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이번 카타르의 발행액까지 포함하면 올 들어 중동국가의 유로본드 발행액은 300억달러로 불어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달 100억달러(약 11조335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직후 사우디가 10억달러의 해외채권을 발행한 이후 25년만에 처음이다. 올해 재정적자가 GDP의 1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우디는 유로본드 발행도 검토 중이다.

사우디와 산유량 1~2위를 다투는 러시아도 최근 3년 만에 17억5000만달러 규모의 유로본드를 발행했다. 서방국 금융제재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 몰려…‘초저금리에 좋은 투자처’

산유국의 해외채권 발행에 투자자들의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 카타르는 당초 50억달러 규모로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돈이 몰리면서 90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발행액을 늘렸다. 지난달 사우디도 당초 60억~80억달러로 예상했지만 반응이 좋아 100억달러로 확대했다. 러시아의 유로본드에도 3배가 넘는 70억달러 가량이 몰렸다.

이처럼 투자자가 몰린 것은 금리가 좋기 때문이다. 카타르 5년 만기 유로본드는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 금리에 비해 120bp(1bp=0.01%포인트) 높고 10년과 20년 만기는 각각 150bp, 210bp 더 얹어줬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달 발행한 달러 채권도 달러 라이보 금리보다 120bp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카타르와 아부다비에 투자적격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2’를 부여했다. 사우디 신용등급은 5번째로 높은‘ A1’다.

세그레기 데르가체프 유니온 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폰즈 펀드매니저는 “카타르가 워낙 대규모로 유로본드를 발행했기 때문에 사우디는 상당히 높은 가산금리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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