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공식별구역 설정, 韓 '어부지리' 노려야"

한국, 미·일·중 틈바구니 상황
이어도 우리 방공구역 설정해야
'힘의 균형' 잘 활용하면 가능
  • 등록 2013-11-27 오후 6:36:27

    수정 2013-11-27 오후 6:45:07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국을 비롯한 동북아 지역의 긴장국면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 수호를 위한 군사적 조처가 가능한 공간으로, 사실상 영공 군사작전구역을 의미한다. 중국이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는 한반도 남쪽 이어도와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조어도)가 포함돼 있어 동북아 정세가 당분간 ‘살얼음판’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中의 1차 목표는 日…궁극적으로는 美 견제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1차적 목표는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일본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구역에는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일부가 있고, 일본의 방공식별구역과는 상당 부분 겹친다. 중국과 일본은 최근 센카쿠열도 영토분쟁에서 군사력 동원을 불사하겠다고 선포할 만큼 극한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이 센카쿠열도를 방공식별구역으로 선포한 이후 실제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라도 한다면 중·일 간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또한 중국은 적당한 시기에 서해와 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 이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과 함께 세계양강(G2)인 미국을 사실상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중화부흥(中華復興)’을 선언하며 국제질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고 있는 중국과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G2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동북아 패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재영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은 미국의 주도하에 설정된 것”이라며 “중국이 거시적으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이다. 자기 중심의 질서를 지키려는 미국과 이를 흔들려는 중국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이어도 방공식별구역으로 설정해야”

이어도는 일본이 1969년부터 일방적으로 자국 내 방공식별구역에 포함하고 있고, 한국정부는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이 이어도를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 집어넣은 만큼, 우리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2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우리의 무관심과 무능으로 이어도 상공은 중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중첩돼 있으나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에서는 제외됐다”며 “우리의 영공주권을 철저하게 보호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천 비행정보구역이나 공군과 해군의 작전지역과 일치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영 교수는 “이어도 문제는 미국·일본과 중국의 틈바구니 속에 우리가 ‘어부지리’를 거둘 수 있다”며 “정부가 이들 국가와의 외교노력을 견지하면서 이어도를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으로 선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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