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빠진 독수리 새 둥지 이름에 뿔난 지역 팬들

한화이글스 전용구장 3월 개장 앞두고 대전시·한화 갈등↑
대전시 1438억·한화 486억·국비 150억 투입 새 야구장 건립
한화그룹, 25년간 대전시와 구장 사용·명명·광고권 계약체결
市 “대전 넣자” 제안에 한화 "불가"…''한화생명 볼파크'' 확정
  • 등록 2025-01-13 오후 3:13:40

    수정 2025-01-13 오후 3:13:40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시와 한화가 독수리군단의 새 둥지 명칭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번 갈등은 야구장의 명칭과 관련 명명권(네이밍라이츠)에 대한 해석 차이로 시작됐지만 향후 지역명을 둘러싼 구단과 시민들간 2차 분쟁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3월 개장을 앞둔 대전의 신축 프로야구 전용구장 전경. (사진=한화이글스 제공)
13일 대전시, 한화이글스 등에 따르면 대전시는 중구 부사동 일원 연면적 5만 8594㎡ 부지에 프로야구 전용구장인 ‘(가칭)베이스볼드림파크’를 건립했다. 베이스볼드림파크는 오는 3월 6일 개장과 동시에 올해부터 한화이글스의 새로운 홈구장으로 활용된다. 전체 관람객 수용 규모는 2만 7석으로 총사업비는 2074억원이 투자됐다. 이를 위해 대전시가 1438억원, 한화 486억원, 국비 150억원 등을 투입했다.

이 시설에는 세계 최초의 야구장 인피니티풀이 설치돼 풀장에서 경기장을 내려다볼 수 있다. 또 캠핑존 등이 마련돼 단순한 야구장이 아닌 시민들을 위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활용한다는 것이 대전시 측 설명이다. 한화는 오는 3월 28일 이 곳에서 KT를 상대로 홈 개막전을 갖는다.

이에 앞서 한화그룹은 대전시에 486억원을 지불하고, 구장 사용권과 명명권, 광고권 등 수익권 등의 내용을 담은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한은 앞으로 25년간이다.

그러나 야구장 명칭을 정하는 과정에서 대전시와 한화그룹간 이견과 갈등이 이어졌다. 한화는 그룹 내 계열사 중 290여억원을 투자한 한화생명의 의견을 반영, ‘한화생명 볼 파크’로 정했다. 반면 대전시는 지역명과 함께 이글스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로 변경해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명명권을 갖고 있는 한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대립구도를 보였다.

한화이글스 관계자는 “이미 대전시와 계약을 체결해 명명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구장의 명칭은 전적으로 한화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그룹 내 계열사 중 한화생명이 290여억원을 투자한 만큼 한화생명의 의견을 반영해 구장 명칭을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등의 해외 사례를 봐도 지자체가 구장 설립에 비용을 부담했다고 하더라도 구장 명칭 등의 모든 권한은 구단에 일임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결국 대전시는 “2025 한국프로야구 시즌 개막이 임박한 상황에서 시민들과 팬들이 갈등으로 불편을 겪을 수 있다”며 한화 측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지만 대전시 내부는 물론 시민들도 구장 명칭에 ‘대전’이 빠진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대전시 한 고위 관계자는 “한화가 그룹 내 계열사인 한화생명이 290여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에 구장 명칭을 ‘한화생명 볼 파크’을 정했다고 하지만 정작 1438억원을 투자한 대전시 의견은 왜 반영이 안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대전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야구장에 ‘대전’이 빠진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 문제에 대해 한번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시민들도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잠실과 고척, 사직 등 지역 연고지명이 빠진 구장명은 대전이 유일하다. 신축구장 건설 시 대전시와 동일하게 구단 그룹 지원을 받은 광주, 대구, 창원도 모두 지역 연고지명이 들어가 있다”고 전제한 뒤 “한화가 저조한 성적에도 지역 팬들이 성원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해 지역 팬의 마음을 배려해주길 바란다”면서 아쉬움과 불만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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