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게임사에 배워라…‘멀티스튜디오’ 안정화 비결

넥슨 출신 박지원 대표 주도한 '멀티레이블' 체제
엔터업계 최초, 성과 거뒀지만 운영·관리 경험 부족
전문가들, '멀티스튜디오' 안착시킨 게임업계 배워야
역할·책임·보상 기준 확립, 엄격한 독립성 보장 필요
  • 등록 2024-04-29 오후 4:19:28

    수정 2024-04-29 오후 7:23:16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기획사) 어도어와 내홍을 겪고 있다. 멀티레이블 체제를 필두로 승승장구해 왔지만 민희진 대표와 갈등을 겪으며 주가 또한 하락세다. 전문가들은 하이브가 일찌감치 멀티스튜디오 체제를 도입해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게임업계의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과 민희진 어도어 대표(사진=하이브)


국내 엔터사 중 유일하게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한 하이브는 그간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적 성과는 물론, 방탄소년단·르세라핌·뉴진스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을 발굴해내며 입지를 다졌다.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각 레이블 별로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그룹을 배출한 점이 핵심이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은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KOZ 엔터테인먼트 △어도어 △이타카홀딩스 △QC미디어홀딩스 △빅히트뮤직 등 11곳이다.

국내 엔터업계 관계자는 “1인 기획 체제로 가수를 배출했던 대형 엔터사들은 차별화가 어렵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하이브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멀티레이블 체제로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를 주도한 인물은 바로 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박지원 대표다. 2021년 7월 1일 방시혁 의장이 CEO자리에서 물러나며 당시 국내조직책임자(HQ CEO)였던 박 대표가 하이브를 이끌게 됐다. 박 대표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기반으로 한 사업 확장에 집중했다. 각 레이블들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주고 아티스트 배출과 활동을 맡기고, 본사인 하이브는 운영과 플랫폼·솔루션에 기반한 지원 업무만 맡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방식이 도입된 후 하이브의 실적은 우상향 흐름을 그렸고,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산 규모 또한 5조원을 넘으며 공정거래위원회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 기준을 충족했다.

그러나 이번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으로 하이브가 채택한 멀티레이블 체제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운영·관리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서다.

동일한 구조의 멀티스튜디오 체제를 안착시킨 게임업계 또한 하이브와 유사한 문제를 겪어왔다. 일명 ‘스타 개발자’가 존재하는 독립 스튜디오가 본사와 개발 방향 등에서 갈등을 겪고 핵심 지식재산권(IP)을 가진 개발진 전체와 타사로 이직 또는 독립해 경쟁작을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게임사들은 이 같은 문제를 △역할·책임·보상 기준 확립 △엄격한 독립성 보장 △물리적 독립 등 크게 세 가지 방안으로 해결하고 있다.

운영과 관리 외 업무에 대한 관여를 최소화한 것은 물론, 시스템적·물리적인 독립 또한 보장한 점이 골자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각 스튜디오 별로 보상과 책임, 역할을 명확화 해뒀다”며 “A 스튜디오의 성과가 A에 귀속되고, 책임 또한 타 스튜디오로 전가되지 않는다. 역할 또한 개발을 담당하는 스튜디오와 본사(퍼블리셔)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한 (스튜디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본사 차원에는 최소한의 관리만 이뤄진다”며 “본사와 지속적인 협의 또는 합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성과가 스튜디오에 귀속되는 형태기 때문에 본사 개입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독립 또한 중요한 지점이다. 시스템적으로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돼 있더라도 같은 건물에 사무실이 위치할 경우 개입 가능성이 커져서다. 어도어를 포함해 하이브의 국내 레이블들은 모두 용산구 하이브 본사에 위치해 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엔터업계도 게임업계의 (멀티스튜디오 운영) 방정식을 차용할 필요가 있다”며 “게임업계에서는 이와 유사한 일들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기 떄문에 경험은 물론, 노하우도 많다. 어떻게 될 지는 지켜봐야하지만 타협을 통해 IP 자체가 공중분해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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