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한국조선해양이 메탄올 추진선 수주 1위 조선사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선제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시설에 투자하며 발 빠른 준비를 했기 때문입니다.”
고현수 현대중공업 엔진시스템영업2부 부서장은 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이 메탄올 추진선 수주 시장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던 요인을 “환경규제 강화라는 시장의 흐름을 미리 내다보고 이에 대응하는 선사들의 요구를 빠르게 파악했던 것”이라고 꼽으며 이같이 밝혔다.
| 현대미포조선이 지난 2021년 인도한 메탄올 추진 석유화학제품운반(PC)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한국조선해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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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14일까지 전 세계에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 101척 중 절반 이상인 54척(55%)을 수주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메탄올 추진선은 기존 디젤 연료유와 비교해 황산화물(SOx)는 99%, 미세먼지(PM) 95%, 이산화탄소(CO2) 15%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선박으로 꼽힌다. 최근 인기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보다도 온실가스 배출 물질이 적다.
고 부서장은 “특히 메탄올 중에서도 그린 메탄올(생산·저장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거나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메탄올)은 연료 생애주기 기준 탄소중립 연료로 인정받고 있다”며 “메탄올 추진선에 그린 메탄올을 적용하면 탄소중립 시기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메탄올 추진선은 수소나 암모니아를 주된 연료로 하는 선박과 함께 미래 친환경 선박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독일의 만에너지솔루션은 그린 메탄올 추진선 비중이 점차 높아져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 시기로 선언한 오는 2050년엔 전체 선박의 20% 내외를 차지하리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20년부터 중형 독자 모델인 ‘힘센엔진’에 메탄올을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 이를 개발했다. 고 부서장은 “힘센엔진은 고객 친화적인 설계로 다른 제품보다 유지보수가 쉬운 데다 자체 기술을 토대로 고객 편의를 위한 기술이나 지구 온난화 방지 등 친환경 기술 등을 꾸준히 개발해 적용·제공하고 있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HD현대가 독자 개발한 메탄올 중형엔진 ‘힘센엔진’.(사진=한국조선해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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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부서장은 최근 중국 조선소가 정부 주도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메탄올 추진선 수주 시장에서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여전히 기술적 우위에 있는 상태”라면서도 “수전해 기술이나 태양광, 풍력과 같은 국내·외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공급량 확보에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 부서장은 메탄올 추진선 시장이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선 다양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꺼냈다. 그는 △주요 항구의 메탄올 벙커링(연료 공급) 인프라 확보 △그린 메탄올 공급 확대를 위한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 활성화 △탄소 포집 기술 개발과 관련 투자 활성화를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고 봤다.
고 부서장은 나아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친환경 선박 수주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그린 메탄올·암모니아·수소 등 미래 친환경 연료 공급망에 관한 연구와 투자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선도적인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와 규제 완화 역시 조선업계의 미래를 위해 절실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