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렸을 땐 도와줬냐"…'정유사 이익환수' 민주당에 개미들 부글

S-OIL, 4.11% 하락…SK이노베이션도 5.23% 약세
민주당, 휘발유값 리터당 200원 낮춰야…고통분담 요구
리터당 100원 인하시 월 영업익 3250억원 증발 추산
"민간기업 수익 환수 과도한 포퓰리즘…주주권한 침해" 목소리
  • 등록 2022-06-22 오후 4:21:29

    수정 2022-06-22 오후 7:48:28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2분기 깜짝실적 기대가 커지고 있는 정유업체에 긴장감이 싹트고 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서민 부담을 이유로 정유업체에 초과 이익을 기금·세금 형태로 환수해 휘발유 가격을 낮추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유주의 급락을 견디다 이제야 탈출하려던 개미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푸념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OIL(010950)(에쓰오일)은 전 거래일보다 4500원(4.11%) 내린 1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가장 낮은 주가(종가기준)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GS(078930)도 각각 5.23%, 1.17% 하락했다.

정치권의 기름값 인하에 대한 논의가 불붙으며 투자심리가 식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1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한석유협회를 찾아 “고유가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최대 실적을 낸 정유업계가 고통분담에 나서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다른 자리에서도 “휘발유와 경유값을 200원 이상 떨어뜨려 국민이 체감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사기업 이윤을 줄이라고 할 순 없지만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건 사실”이라고 힘을 보탰다.

주주게시판에는 “정유기업이 공기업인 줄 알았으면 투자 안 했다”, “손실 볼 땐 돈 보태준 적도 없고 정유사가 전쟁 낸 것도 아닌데 너무 한 것 아니냐”는 푸념이 가득하다. 정유주는 물린 개미들이 많기 때문이다. 2020년 유가 폭락 당시 정유업체 4곳(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은 5조32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실제 당시 9만5300원(2019년 12월 30일)이었던 에쓰오일의 주가는 2020년 3월 20일 4만8500원까지 내렸고 2020년 마지막날엔 6만9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30.75% 오르는 2020년에도 27.38% 내린 셈이다.

이후 정유업체 4곳은 사이클이 살아나며 지난해 영업익은 5조3020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였고 올해 2분기 유가 고공행진과 정제 마진 강세 속에 어닝서프라이즈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유사의 수익을 환수하면 개미들의 꿈도 깨지게 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정유업계 4사가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인하할 경우 월간 영업이익이 3250억원가량 증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별 영업이익 감소폭을 보면 SK이노베이션 930억원, 에쓰오일 790억원, GS칼텍스 740억원, 현대오일뱅크 730억원의 예상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기도 조심스러운 단계지만 손익부담은 현재 시황을 감안한 이익 대비 10~15% 수준으로 추정된다”면서 “분담기간이 길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며 급증한 이익의 일부 감소 정도로 간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계획대로 기름값을 리터당 200원 내리면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
2011년 에쓰오일 주가추이[출처:마켓포인트]
증권가는 정유업체들이 기름값을 낮춰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난 2011년 4월부터 7월까지 정유업체들은 일본 후쿠시마 지진과 유가 급등 등을 이유로 휘발유와 경유의 주유소 공급가를 100원 인하한 바 있다. 이 기간 에쓰오일의 주가는 14만9000원에서 14만9500원으로, SK이노베이션은 19만7500원에서 20만7000원으로 움직이며 소폭 상승했다.

다만 리터당 100원 인하가 반영된 2021년 2분기 실적의 늪으로 빠졌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2분기 4513억원의 영업익을 거두며 시장 기대치보다 36.9% 낮은 성적을 냈고 에쓰오일도 2011년 2분기 2417억원의 영업익을 내며 시장기대치를 40.8%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후 유가 약세까지 맞물리며 에쓰오일 주가는 8만2000원대(2011년 10월 6일)로 급락했다.

한 중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코로나19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금융권에 배당 자제 등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어느 정도 시장도 납득할 수 있었지만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 민간 정유기업의 수익까지 환수하겠다는 건 과도한 포퓰리즘으로 보인다”면서 “배당이나 재투자를 해야 하는 이익을 환수하는 것은 주주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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