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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기름값 인하에 대한 논의가 불붙으며 투자심리가 식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1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한석유협회를 찾아 “고유가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최대 실적을 낸 정유업계가 고통분담에 나서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다른 자리에서도 “휘발유와 경유값을 200원 이상 떨어뜨려 국민이 체감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사기업 이윤을 줄이라고 할 순 없지만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건 사실”이라고 힘을 보탰다.
주주게시판에는 “정유기업이 공기업인 줄 알았으면 투자 안 했다”, “손실 볼 땐 돈 보태준 적도 없고 정유사가 전쟁 낸 것도 아닌데 너무 한 것 아니냐”는 푸념이 가득하다. 정유주는 물린 개미들이 많기 때문이다. 2020년 유가 폭락 당시 정유업체 4곳(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은 5조32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실제 당시 9만5300원(2019년 12월 30일)이었던 에쓰오일의 주가는 2020년 3월 20일 4만8500원까지 내렸고 2020년 마지막날엔 6만9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30.75% 오르는 2020년에도 27.38% 내린 셈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기도 조심스러운 단계지만 손익부담은 현재 시황을 감안한 이익 대비 10~15% 수준으로 추정된다”면서 “분담기간이 길진 않을 것으로 판단하며 급증한 이익의 일부 감소 정도로 간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계획대로 기름값을 리터당 200원 내리면 영업이익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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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리터당 100원 인하가 반영된 2021년 2분기 실적의 늪으로 빠졌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2분기 4513억원의 영업익을 거두며 시장 기대치보다 36.9% 낮은 성적을 냈고 에쓰오일도 2011년 2분기 2417억원의 영업익을 내며 시장기대치를 40.8%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후 유가 약세까지 맞물리며 에쓰오일 주가는 8만2000원대(2011년 10월 6일)로 급락했다.
한 중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코로나19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금융권에 배당 자제 등의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어느 정도 시장도 납득할 수 있었지만 사이클에 따라 움직이는 민간 정유기업의 수익까지 환수하겠다는 건 과도한 포퓰리즘으로 보인다”면서 “배당이나 재투자를 해야 하는 이익을 환수하는 것은 주주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