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기금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배구조 리스크는 국내 기업 주가를 떨어트리는 요인인 만큼 이를 사전에 줄이기 위해 책임투자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원주 국민연금 CIO “KT, 경선 기본원칙 위배”…소송 리스크도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KT 이사회가 구현모 현직 CEO를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한 것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국민연금은 지난 9월 말 기준 KT 지분 10.7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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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KT처럼 확고한 지배주주가 없는 이른바 ‘소유분산기업’의 CEO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문제를 계속 제기해왔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 기자간담회(12월 8일 김태현 이사장 취임 100일기념), 서원주 신임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CIO) 기자간담회(12월 27일), 보도설명자료(12월 28일)까지 총 세 차례다.
다만 ‘경선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점인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서 기금이사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내외부에서 최적임자를 찾을 수 있도록 추천과 공모 등을 통해 제한 없이 CEO 후보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소송 리스크도 있다. 구 대표는 회삿돈을 이용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으로 정치후원금을 준 혐의로 기소됐었다. 이 여파로 KT는 국내기업 최초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630만달러 상당의 과징금(약 75억원)을 부과받았다. 구 대표는 이 사건에 적용된 정치자금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위헌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국민연금 이사장 “지배구조 위험, 주가 하락 요인…책임투자 중요”
이번 국민연금의 행보는 기금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차원으로 해석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한국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외국기업 주가보다 저평가된 현상을 말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경영 투명성 등이 꼽힌다. 한국 기업들이 부정부패, 비자금 조성 등 각종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경영 투명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KT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해 운용손실이 났던 국민연금기금이 향후 수익률을 개선하려면 이같은 지배구조 리스크를 최대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지난 9월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체 수익률은 -7.06%로 잠정 집계됐다. 자산별 수익률(금액가중수익률 기준)을 보면 국내주식(-25.47%)이 가장 저조하다. 다른 자산 수익률은 △해외주식 -9.52% △국내채권 -7.53% △해외채권 6.01% △대체투자 16.24%다.
이어 “리스크 관리의 경우 자산운용을 하는 개별적 리스크 관리 문제도 있고, 책임투자 활동을 통한 리스크 관리도 있다”며 “국민연금이 하는 책임투자 활동은 수익률 확보 측면에선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률을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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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활동 방법에는 △비경영참여 주주활동인 기업과의 대화 등(비공개 대화, 비공개 중점, 공개중점) △경영참여 주주활동인 주주제안 등(공개중점 이후) △소송제기(주주대표소송, 손해배상소송 등)이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내년 주총에서 구 대표 연임에 대한 반대표를 던지기에 앞서 회사 측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또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 또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주총 전에 미리 구 대표 선임 여부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주총에서 어떤 표를 던질지 미리 정하기 위해서다.
의결권 찬반 여부는 대부분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가 정한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다루려면 2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사안이 중대해서 투자위원회가 판단하기 곤란하거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재적위원의 3분의 1 이상이나 위원장이 안건을 요청할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