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빅피처' 본격 시동…37조 투자로 성장동력 키운다(종합)

“국내 산업 생태계 활력 불어넣으려”…투자계획 발표
‘잃어버린 5년’ 극복, 신동빈의 결연한 각오에 이목
핵심 두 축, 화학·유통에 각각 10조 육박하는 투자
바이오·모빌리티엔 15조 이상…새 동력 확보 방점
  • 등록 2022-05-24 오후 3:11:39

    수정 2022-05-24 오후 9:30:28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대내외 악재들로 한동안 성장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롯데그룹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화려한 부활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올해 상반기 사장단회의(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신규 시장·고객 창출을 위해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빅 피처’가 가시화된 것인데 향후 5년 간 헬스·바이오와 모빌리티 등 신성장 사업은 물론 화학·유통 등 기존 핵심 사업까지 총 37조원을 투자해 성장을 도모한다는 각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롯데지주)


롯데그룹은 24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신규 사업 추진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37조원이라는 규모도 규모이거니와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성장을 위한 ‘빅피처’를 제시했다는 데에서 그 의미가 크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을 시작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신 회장의 구속 등 사법리스크 등이 이어지면서 2020년까지 5년여간 성장 없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잃어버린 5년’ 이후 위기에 직면한 롯데그룹을 되살리기 위해 각 계열사별로 산발적으로 또 점진적으로 진행돼 온 투자를 이번에 신 회장이 직접 나서 그룹 차원에서 공언하고 나서며 결연한 각오를 내비친 셈이다.

신성장 사업부터 기존 핵심 사업까지 투자는 전방위적으로 펼쳐진다. 신 회장은 “역량 있는 회사,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를 만드는 데에는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핵심”이라며 “신규 고객과 신규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터, 이번 투자 역시 지속가능한 성장을 확보하는 데에 방점이 찍혔다.

구체적 투자 계획 면면에는 기존 핵심 사업은 더욱 강화하고 동시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두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그간 롯데그룹을 지탱해 온 두 축인 화학과 유통 사업에 각각 1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롯데의 ‘아이덴티티(Iidentity·정체성)’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바이오·모빌리티 등 신규 사업에 무려 15조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도 잰걸음을 내며 ‘새로운 롯데’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먼저 기존 핵심 사업 중 하나인 화학 사업군에 9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한다. 롯데케미칼의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과 범용 석유화학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 투자와 생산 증설에 일단 7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지속가능한 화학 사업을 위해 수소와 전지소재 사업을 강화하며 이를 위해 5년간 1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내외 전략적 파트너와 연내 합작사를 설립할 예정이며, 배터리 전해액 및 차세대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도 적극 펼친다는 계획이다. 또 자원 선순환 트렌드에 맞춰 친환경 리사이클 제품 100만톤(t) 생산을 목표로 리사이클과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 분야에 2030년까지 1조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또 다른 핵심 사업인 유통 사업군에도 8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인천 송도 등에서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대규모 복합몰 개발을 추진하며 본점, 잠실점 등 핵심 지점의 리뉴얼을 차례로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마트에는 1조원을 투자해 제타플렉스, 맥스, 보틀벙커 등 새로운 쇼핑 문화를 선도하는 특화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롯데그룹이 인수키로 결정한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사진=롯데지주)


특히 올해 상반기 VCM 당시 신 회장이 그룹 슬로건 ‘오늘을 새롭게, 내일을 이롭게’를 인용, “새로운 롯데를 만들어 미래를 준비하자”고 당부한 것과 관련, 신규 사업에 더욱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롯데지주 산하에 자회사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신설하며 바이오 사업 진출을 가시화한 롯데그룹은 최근 2000억원 규모 미국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 인수에 이어 1조원 규모의 국내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 이를 비롯해 향후 10년간 바이오 사업에 2조5000억원을 투자, 2030년 글로벌 톱 10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다.

모빌리티 사업 투자는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방점이 찍혔다. 롯데렌탈에 8조원 규모 전기차 24만대를 도입하며 유통·호텔 등 운영 점포와 연계한 복합 충전스테이션을 설치하는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활용한 충전 인프라 사업도 본격화한다. 롯데그룹은 시설 투자를 통해 연간 충전기 생산량을 1만대 이상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실증 비행이 목표인 이른바 ‘나는 자동차’, UAM(도심항공교통)에도 투자해 그룹이 보유한 오프라인 거점을 기반으로 지상과 항공을 연계한 국내 교통 인프라 구축에 힘을 보탠다.

또 다른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스타트업 지원 및 투자에도 이어갈 방침이다. 롯데벤처스는 2026년까지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36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롯데벤처스 엘캠프(스타트업 육성 및 투자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푸드테크(미래식단), 헬스케어 등 국민 건광과 관련된 전문 분야로도 투자 영역을 넓힌다.

이외에도 호텔 사업군은 관광 인프라 핵심 시설인 호텔과 면세점 시설에 2조3000억원을 투자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식품 사업군도 와인과 위스키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대체육, 건강기능식품 등 미래 먹거리와 신제품 개발 등에 총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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