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끊기고 신호등 멈춰"…기후변화로 전세계 전력망 위기

극심한 더위에 냉방수요↑·태양광 효율↓
전세계 잇단 정전으로 수백만 가구 피해
몬테네그로·에콰도르·미국 텍사스 등
산유국 쿠웨이트도 전력수요 급증에 흔들
  • 등록 2024-07-15 오후 4:09:18

    수정 2024-07-15 오후 4:09:18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기후 변화 탓에 전 세계 전력망이 위기에 처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몬테네그로, 에콰도르, 미국 텍사스, 쿠웨이트 등 여러 지역에서 최근 정전 사례가 잇따랐다고 전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린 탓이다. 폭염으로 인한 냉방 수요 급증을 비롯해 송전탑을 무너뜨리는 홍수, 가뭄으로 인해서 수자원 저수지의 전력 고갈에 노출됐다.

2024년 6월 19일 17시 53분 쿠웨이트시티의 주요 정부 전력 관제탑의 온도계가 섭씨 47도(화씨 116도)를 가리키고 있다. 쿠웨이트 전력부는 기온 상승과 에너지 수요 증가로 인한 발전소 압력 증가로 인한 정전으로 시민들에게 피크 시간대에 전기 사용량을 배분해 달라고 요청했다.(사진=AFP)


정전은 대규모 수요가 갑자기 발생하거나 중단될 때 대부분 발생한다. 올여름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는 아드리아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사실상 멈춰버렸다. 갑작스러운 전력 공급 중단으로 인해 도심 내 통신이 끊긴 데 이어 신호등도 꺼지고, 보안 경보가 울려 도로는 차량과 버스가 뒤죽박죽 섞여 교통 혼잡에 빠졌다. 은퇴한 경찰관 드라고 마르티노비치(61)는 “한 시간 동안 전기가 끊기자 공포에 가까웠다”며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정전이 더 오래 지속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기후위기가 촉발한 전력난은 몬테네그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허리케인 베릴이 지나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은 수백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폭염이 뒤따랐지만, 가정 내 에어컨 가동은 중단됐다. 최근 몇 주간 에콰도르에서 인도에 이르기까지 신흥국과 선진국을 강타한 정전 사태는 앞으로 닥칠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펠리시아 아미노프 블룸버그NEF 분석가는 “에어컨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전력망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이라며 “그리스와 중동 일부 국가에서 여름 최고 수요가 증가한 것을 이미 확인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산유국인 쿠웨이트에서도 지난달 정전으로 주민이 고통을 겪었다. 쿠웨이트의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으면서 발전소가 수요 급증을 감당하지 못하자 전력부는 전체 정전을 막기 위해 일부 지역의 전력 공급을 차단했다. 이 탓에 소방서에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해달라는 전화가 폭주하기도 했다.

쿠웨이트 송전탑 전경(사진=AFP)
기후 변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력 분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극심한 더위는 냉방 수요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의 효율을 떨어뜨려 공급을 압박하고 있다. 고온으로 인해 전선이 처지고, 변압기가 과열돼 장비 고장과 화재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블룸버그NEF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력망 확장에 약 24조1000억 달러가 필요하다. 이는 재생 에너지 투자에 필요한 금액을 초과하는 수치다. 미국과 중국은 넓은 지역과 높은 에너지 사용량 때문에 가장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어떤 나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전 세계적 전력망의 공통적인 문제는 부실한 전력 계획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마이클 웨버 텍사스대학교 에너지 교수는 “전력 시스템은 과거의 기후 조건을 고려해 설계되었는데, 지금은 기후가 변해서 이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기후 변화로 인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하면서 전력 시스템이 더 많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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