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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지지율..트럼프 효과에 경제도 훈풍
지난 17~18일 교도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54.8%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회동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인 11월보다 5.9% 내려갔다. 그러나 올들어 꾸준히 50%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달러까지 강세로 전환하며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 효과도 커지고 있다. 미국 차기 대통령인 트럼프가 대대적인 인프라투자와 금융규제 완화를 선언하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엔화 가치가 내려왔다.
그 결과 1달러당 104엔 수준에서 거래됐던 엔화는 26일 현재 117엔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엔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주식시장은 강세로 전환했다. 제조업 기업들도 이번 겨울 실적에 대한 우려를 접을 수 있다는 평가다.
사실 일본은 올들어 아베노믹스 실패의 그림자에 시달렸다.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지만 물가상승률은 답보상태였다. 결국 9월에는 통화정책의 기준을 ‘통화량’이 아닌 ‘장기금리’로 전환한다는 세계 금융 역사상 전무한 정책을 내놓기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효과에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아베 정부가 추진하던 엔저 동력까지 살아나며 일본은 오랜만에 풍요로운 연말을 맞고 있다.
하지만 아베에게도 과제는 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외교’다. 지난 5월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피해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했고 아베 총리의 인기는 더 높아졌다. 트럼프 당선 직후 축하 전화를 하고 바로 약속을 잡아 뉴욕서 만난 점도 아베의 외교력을 증명하는 한 사례였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무엇보다 공을 들이던 대러 외교에서는 그야말로 ‘물’을 먹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이틀간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은커녕 이렇다 할 거론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북방영토에서의 공동 경제활동 역시 과세권 등을 둘러싸고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국민 여론은 악화됐고 야당인 민진당은 ‘히키와케’(引分け·무승부)도 아닌 ‘잇폰’(一本·한판승)을 당했다고 평가했다. 경제 원조만 해주고 아무 실익을 얻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아베가 소속된 자민당조차 “북방영토 주권은 아예 손도 대지 못했다”며 “진전이 없다는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평할 정도다.
이에 아베 총리는 하와이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 진주만에서 일본의 진주만 공습 희생자를 추모하며 미·일동맹을 전세계에 과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26일 저녁 하네다공항으로 출국해 29일 돌아올 예정이다.
2017년, 장기집권 발판 마련할까
아베 총리는 브라질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 직접 수퍼 마리오 복장으로 등장했다. 2020년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대한 애정이기도 했지만 도쿄올림픽까지는 자신의 손으로 치르고 싶다는 장기 집권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렇다 할 당내 라이벌도 없고, 야당인 민진당도 유명무실한 만큼 아베 외에 대안이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아베가 국민 찬반 여론이 갈리는 헌법 개정을 정면으로 들고 나오면 지지율이 하락할 수도 있다.
아베는 이달 극우정치인 오쿠노 세이스케 전 법무상의 장례식에서 “헌법을 자신(일본)의 손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오쿠노 전 법무상의 신념이 자민당의 골격”이라며 “우리가 이어받아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과 군대보유를 금지하는 평화헌법에 손을 댈 경우, 국민적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
아울러 트럼프가 취임하고도 지금 같은 엔저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집권 전 기대감이 커지며 달러가 오버슈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는 미군 주둔에 따른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바 있는 데다, 일본이 공을 들여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명백한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4년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집권 5년차를 맞이할 아베 총리로 전세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