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금·은행채 보니…하나銀 내년 조달환경 '맑음'

채권 만기 8.8조…주요銀 중 최소
올 3분기 예수금 전년비 8조2064억 증가
“예수금 증가 이자비용 감소 요인”
  • 등록 2023-12-04 오후 7:18:27

    수정 2023-12-04 오후 7:18:27

4대 시중은행 본사 전경.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사진=각사)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가운데 내년 자금조달환경은 하나은행에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에 비해 은행채 만기 도래 규모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수금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내년 하나은행 은행채 만기 도래 규모는 8조7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12조7000억원), 국민은행(11조4700억원), 우리은행(10조1000억원) 대비 물량이 많지 않다. 은행채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단기채권을 뜻하며 은행 유동성의 일부를 담당한다.

또 다른 유동성 수혈 축인 예수금 면에서도 하나은행의 상황은 다른 은행보다 낫다. 작년 말 344조705억원이었던 하나은행 예수금은 올해 3분기 352조2769억원으로 8조2064억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5조873억원, 7728억원 늘어나고 우리은행이 5조5405억원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눈에 띈다. 통상 은행권은 예수금을 통해 유동성을 80% 이상 공급받는다. 은행채 대비 금리 부담이 크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내년 하나은행의 이자비용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해원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은행채 차환이 많지 않고 예수금이 늘어난다면 이자비용과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이 올 상반기 고점을 찍고 떨어지는 상황에서 하락 폭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NIM은 핵심 수익성 지표로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뒤 관련 자산 총액으로 나눠서 산출한다.

하나은행의 이자비용은 작년 3분기 3조2099억원에서 올 3분기 8조2417억원으로 156.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3조1852억원에서 8조4330억원으로 164.8%, 우리은행은 2조9607억원에서 7조4679억원으로 152.2%, 신한은행은 3조3078억원에서 8조2080억원으로 148.1% 늘어났다. 고금리로 채권 이자 비용이 증가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 4분기 은행채 발행이 감소하면서 내년 은행채 만기가 평년에 비해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발행분 만기가 내년 이후 도래하는 것도 이유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은행채 만기도래 물량은 올해 220조원에서 내년 167조원으로 줄어든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시장에서 충분히 장기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봤을 때 시장금리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예수금 증가는 향후 시장금리 추세에 따라 비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금융당국이 실시하고 있는 유동성 규제 완화 조치도 호재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작년 7월부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하한을 95%로 정했으며 이를 내년 6월까지 실시할 계획이다. LCR은 30일 이내 순현금유출액에 대한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2020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은행 LCR을 100%에서 85%로 낮췄다가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고 있다. 올 3분기 LCR은 국민은행 102.1%, 하나은행 100.8%, 우리은행 100.5%, 신한은행 100.5%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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