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원화는 달러화 대비 3.4%나 올라 주요국 통화 중 두 번째로 많이 상승했다. 그러나 미 경제지표 호조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경계가 계속되면서 달러화가 강세로 되돌려졌는데 이번 신용등급 강등 사태로 달러 강세 강도가 세졌다. 다만 연말까지로 보면 원·달러 환율은 추세적으로 하락, 1200원 초중반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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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283.8원)보다 14.7원 오른 129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얼마 오른 얼마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7월 10일(1306.5원) 이후 최고치다. 미국 은행권 금융불안이 지속됐던 3월 24일 16.0원 오른 이후 하루 새 가장 큰 폭으로 급등한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트리플A(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달러인덱스는 7월 FOMC 전 일시적으로 100선을 하회했으나 102선까지 올라왔다.
신용등급 강등 여파가 가시더라도 달러 강세는 9월 19일, 20일(현지시간) FOMC 회의 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데이터에 따라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고용, 물가지표에 대한 경계감이 큰 상황이다. 4일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가 나오는 가운데 6월 구인건수와 구직건수 간 차이는 368만건으로 5월(339만건)보다 증가하는 등 여전히 고용 활황세가 뒷받침되는 분위기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으나 기저효과가 갈수록 약해지는 데다 최근 휘발유 가격도 오르고 있어 물가에 대한 경계감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독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8.8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경계가 완화된 점 또한 유로화 약세, 달러 강세를 지지한다.
이와 관련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 속도가 너무 빨라 3분기에는 속도조절이 나타날 것”이라며 “긴축 경계감이 재부각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달에는 원화 강세 폭이 컸다. 원화는 달러화 대비 무려 3.4%나 상승했다. 이는 주요 20개국 중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화(5.2%) 다음으로 가장 높게 상승한 것이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57.3원(7월 18일)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그 뒤 환율의 추가 하락은 제한됐다. 환율이 1250원대를 뚫고 밑으로 하락하기엔 수출 등 뚜렷한 경기 회복세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환율이 상승세로 방향을 튼 상황에선 투자자들이 1300원 돌파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1300원대에서 안착하긴 힘들어 보인다. 한 외국계 딜러는 “최근 주가도 조정을 받고 있어 환율 1300원 전후도 열어둬야 한다”면서도 “환율이 1300원으로 가게 되면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말까지 시계열을 넓혀서 보면 환율은 9월 FOMC 이후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를 확인하게 되면 하락세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 김찬희 연구원은 “환율 하락이 재개되는 시점은 우리나라 수출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는 3분기말에서 4분기로 기대된다”며 “연말 환율은 1200원 초중반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말로 갈수록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수출 증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7월 수출이 전년동월비 16.5% 감소해 전월(-6.0%)보다 감소율이 더 커졌고 반도체 수출도 33.6%나 급감했지만 반도체 재고가 감소하고 수출 물량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무역수지 또한 불황 성격이 있지만 두 달 연속 흑자라 원화에 우호적이다.
변정규 미즈호은행 전무는 “8월 잭슨홀 미팅, 9월 FOMC 회의 등으로 3분기 환율이 1280원 안팎에서 변동성 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4분기에는 1240~1250원대 중심으로 내려올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연 저점(1220원)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준이 긴축을 마무리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무역수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하반기 원·달러 환율의 하단은 연 저점 수준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