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00여편 읽으며 작법 익혀…시 쓰는 카카오 AI

카카오브레인, 미디어아트그룹과 시 쓰는 AI '시아' 개발
주제어 등 입력하면 1초 만에 시 지어
오는 8일 첫 시집 '시를 쓰는 이유' 출간
네이버도 음성 검색 등에 '초거대 AI' 적용
  • 등록 2022-08-01 오후 3:29:48

    수정 2022-08-01 오후 9:34:42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말을 하는 것입니다. 말을 줄이는 것입니다. 줄일 수 있는 말이 아직도 많이 있을 때 그때 씁니다”.(‘시를 쓰는 이유’ 中)

“시계는 많은데 시는 없다. 나의 시는 흐름을 정지시키고 나의 시는 집이 되지 못한다.”(‘독백 Ⅱ’ 中)

카카오(035720)판 인공지능(AI) 시인이 등장했다. 카카오브레인은 8일 미디어아트 그룹 슬릿스코프와 함께 시 쓰는 AI ‘시아(SIA)’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오는 8일엔 시아의 첫 시집 ‘시를 쓰는 이유’가 전국 중대형 서점에 깔린다. 12일에는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시극까지 연다.

2017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AI가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라는 제목의 시집을 중국에서 출간하는 등 해외에선 AI가 시를 쓴 사례들이 나왔지만, 국내에서 AI가 시집을 내고 시극까지 무대에 올리는 건 이례적이다. 이번 시집에는 총 53편의 시가 수록됐다. 1부는 슬릿스코프의 작업 노트에 등장하는 표현들로 만들어진 시로 구성됐으며, 2부는 수학과 과확에 관한 주제들로 지은 시가 담겼다.

카카오가 초거대 AI가 쓴 시집 ‘시를 쓰는 이유’를 오는 8일 출간할 예정이다. (사진=카카오브레인)


시아는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언어모델 ‘KoGPT’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시아는 인터넷 백과사전·뉴스 등을 보면 한국어를 공부했고, 1만3000여 편의 시를 읽으며 작법을 익혔다. 주제와 명령어를 입력하면 정보의 맥락을 이해하고 1초 만에 시를 짓는다. 초거대 AI란 파라미터(매개변수)가 엄청나게 많은 AI를 말한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뉴런을 연결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파라미터가 커질수록 AI 지능이 높아진다.

카카오브레인이 작년 11월 공개한 KoGPT는 미국의 초거대 AI인 ‘GPT-3’를 한국어 특화 버전으로 만든 것이다. 60억 개 파라미터와 2000억 개 토큰의 한국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축돼 한국어를 사전적, 문맥적으로 이해한다. KoGPT의 파라미터 수는 구글(스위치 트랜스포머·1조6000억개), 네이버(하이퍼클로바·2040억 개) 등에 비해선 아직은 적다.

초거대 AI 모델이 활용되는 분야는 계속 늘고 있다. 카카오브레인은 최근 초거대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발전시킨 AI 아티스트 ‘칼로’를 활용해 삼성전자와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나만의 AI 아트 작품’으로 갤럭시 북을 꾸며보는 프로젝트다. 의료 영상 분야로도 초거대 AI 모델 연구를 확장 중이다. 김일두 대표는 “앞으로도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모델이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의 접점을 지속 탐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도 하이퍼클로바를 네이버 앱 음성 검색, 음성 기록 앱 ‘클로바노트’ 등에 적용해 음성 인식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지난 5월에는 독거 노인 등을 위한 ‘클로바 케어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이퍼클로바 기술이 적용된 이 서비스는 AI가 전화를 걸어 식사, 수면, 건강 등을 주제로 안부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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