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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트코인 가격의 급락세로 “암호화폐 시장에 겨울이 왔다” “암호화폐 파티는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암호화폐·블록체인 업계에서는 낙관론이 힘을 잃지 않고 있다. 이번 조정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일각의 시선과 달리 겪어야 할 ‘성장통’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닷컴버블 때처럼 옥석 가려질 것
비트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리기 시작하면서 연초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루나·테라(UST)의 가격 폭락,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와 쓰리 애로우 캐피털(3AC)의 유동성 위기 조짐까지 보이며 암호화폐 자산군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거시경제 리스크와 암호화폐 시장의 리스크가 동시 다발로 겹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번 약세장이 ‘옥석 가리기’를 통해 시장을 정착시키는 과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닷컴버블이 붕괴한 이후 지금의 미국 빅테크들이 나타났듯, 코인 경기 침체기에 부실기업들이 가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스테이시 워든 알고랜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블록체인 콘퍼런스 ‘컨센서스’에서 “약세장은 적어도 올해까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건설적 기회라 믿는다”고 말했다. 애비게일 존슨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CEO도 같은 행사에서 “약세장에서도 암호화폐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웹 3.0은 구글·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이 정보와 데이터를 소유한 현재 인터넷(웹 2.0)과 달리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를 소유하는 차세대 인터넷이다. 세계 곳곳에 흩어진 네트워크 참여자들의 컴퓨터 자원을 활요하는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자료가 분산 저장되며,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에 내재된 자동화 프로그래밍 기술(스마트 콘트랙트)로 관리자 개입 없이 웹 이용이 가능하다.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데이터 소유권도 주장할 수 있다.
이번 겨울 얼마나 길까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조정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미국의 통화 정책 기조가 바뀌는 순간이 겨울을 벗어나는 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바닥이 생각만큼 멀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의견도 있다.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예상대로 3.5% 수준에 도달하고 경기 침체 우려로 내년에 더이상 금리가 오르지 않는다면 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기대다. 현재 예상치는 시장에 선반영 돼 있다는 전제다.
다만 암호화폐 겨울은 길어지고 있다. 과거 침체기를 돌아보면 비트코인이 급락한 이후 전고점을 회복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겨울을 정의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업계는 많게는 이제껏 세 번의 침체기가 있었다고 본다.
코빗에 따르면 첫 번째 겨울(2011년 말~ 2012년 중반) 당시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3개월만에 2억달러에서 2000만달러까지 90% 하락했으며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15개월이 걸렸다. 두 번째 겨울(2015년)은 훨씬 길고 혹독했다. 2013년 11월 비트코인 시총이 120억달러를 찍은 후 서서히 내려가 2015년 1월 30억달러선까지 내려앉았다. 14개월간 75%의 가치가 증발했고 2년 뒤에야 전고점을 넘었다. 세 번째 겨울(2018년 말~ 2019년 상반기) 비트코인 시총은 13개월 동안 81% 줄었다가 23개월 후인 2020년 12월 전고점을 회복했다.
과거 대비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길어진 건 시총이 증가함에 따라 자산 가격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이번 침체기 중 전고점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큰 자금 유입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