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호' 신일그룹 前 회장, 도피 중에도 카톡으로 '원격 범행'

"투기꾼 붙게 주가팀 섭외해라" 등 지시
돈스코이호·영천 금광 등 내세워 투자자 현혹
인터폴 적색 수배 상태에서도 카톡으로 업무 지시
트레져SL코인 확인된 피해자 388명…10억 규모
  • 등록 2019-02-14 오후 12:00:00

    수정 2019-02-14 오후 12:00:00

유승진 전 신일그룹 회장과 국내 공범과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내세워 가상화폐 투자 사기를 벌인 뒤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유승진 전(前) 신일그룹 회장이 여전히 추가 범행을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 혐의로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진 유 전 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전화 등을 이용해 국내 공범과 연락하며 범행을 총괄적으로 지휘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유 전 회장을 주범으로 판단,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수배를 내린 상태다.

유 전 회장 등은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150조원 상당의 금괴가 실린 돈스코이호를 인양할 예정인데 신일골드코인을 사면 인양 후 100배의 수익이 난다’고 속여 피해자 2354명으로부터 약 90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후 고발장이 접수되며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지만 유 전 회장은 새로운 공범과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금광 채굴을 내세워 가상화폐 트레져SL코인에 투자하면 상장과 동시에 고수익이 발생한다며 388명을 속여 10억원을 빼앗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12월 에스엘블록체인그룹 법인 계좌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대표 등 5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유 전 회장이 여전히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이용해 국내에 있는 공범에게 범행을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카카오톡 내용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에스엘블록체인그룹은 신일그룹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해라’ ‘상장 후 투기꾼이 붙을 수 있도록 주가팀을 섭외해 달라’ 등 구체적 요령을 지시하고 있다.

범행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신일골드코인은 실체가 없는 단순한 사이버머니였지만, 트레져SL코인은 전자지갑 등 가상화폐의 외연을 어느 정도 갖추고 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은 트레져SL코인이 경북 영천에 매장된 금 1000만톤(t)과 연계돼 있다고 말하지만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트레져SL코인 역시 돈스코이호 투자사기와 같은 수법의 사기 범행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경찰에 신고를 하면 환불을 받을 수 없다’ ‘신고를 하지 않으면 새로운 코인을 지급하겠다’는 식으로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회유하고 있으며, 일부 피해자들 역시 수익을 기대하며 신고를 하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도피 중인 유 전 회장을 돕고 있는 국내 공범자도 엄정하게 사법 처리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피해 신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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