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뼈아픈 것은 광역의원 선거구 9곳 중 2곳에서만 승리했다는 점이다. 7곳은 새누리당이 가져갔다. 선거 전에는 6:3으로 새정치연합이 앞섰다. 기초의원 선거와 달리 광역의원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와 바로 직결된다. 보통 국회의원 지역구당 광역의원 2명을 선출하는데, 수도권 광역의원 선거구 6곳 중 겨우 1곳만 건졌다. 서울 영등포구를 제외한 인천 부평구·서구, 의정부, 광명시 모두 새누리당이 휩쓸었다.
투표율이 15.3%에 불과해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부담스럽다고 해도, 민심의 흐름은 알 수 있다. 새정치연합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하고 야권이 통합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재보선 참패가 그대로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표 “더 혁신하고 더 단합해서 이기는 모습 보이겠다” = 호남과 수도권서 경고등이 켜지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수그러들었던 문재인 대표에 대한 책임론 사퇴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지난 4월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복귀했던 주승용 최고위원은 30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 “당 지도부로서 면목이 없다. 선거의 규모가 작다고 민심의 무게가 가벼운 것은 결코 아니다”며 “지난 4월 재보선 패배 이후 혁신위를 구성하고 혁신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에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활발한 내부토론을 통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고위원회는 내달 2일 별도 회의를 소집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투쟁 전략과 총선 선거구 획정, 이번 재보선의 패인과 지도부 거취문제를 포함한 대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의 결단을 압박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재보선 참패는 또 한번의 충격입니다. 수도권 강세지역에서도 모조리 패배했습니다. 작은 선거라 변명하지 말고 큰 책임을 져야 합니다”라고 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조경태 의원도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은 인천 서구와 전남 함평 단 두 곳에서만 승리했을 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선거구 22곳에서는 새누리당과 무소속 후보에 밀려 전멸했다”며 “대표는 더 이상 당에 폐를 끼치지 말고 이 시점에서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주류·비노계의 압박에도 물러설 기미는 없다. 문 대표는 이날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 당은 많이 부족했다. 국민을 투표장으로 이끌 만큼 희망을 드리지 못했다”며 “우리 당을 더 혁신하고 더 단합해서 믿고 이기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재신임 투표 국면 이후 혁신과 통합을 위해 펼쳐온 행보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선출직 최고위원 3명 사퇴시 지도체제 붕괴, 일부 사퇴의사 밝혀 = 당내 일부에서는 최고위원들이 집단 사퇴를 해 지도체제를 붕괴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 지난 2011년 12월 서울시장 재보선 패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의혹 등에 책임을 지고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었던 남경필·원희룡·유승민 의원이 집단 사퇴해 홍준표 대표체제가 와해되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등장해 총선 승리를 일군 것처럼, 최고위원들이 집단 사퇴해 문 대표 체제를 붕괴시키고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는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주승용·정청래·전병헌·오영식·유승희·추미애·이용득 최고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추 의원과 이 최고위원, 이 원내대표를 제외한 선출직 최고위원 6명 중 3명만 동반 사퇴하면 지도체제는 사실상 와해된다.
그러나 내달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의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병호 의원은 “주류·비주류 가리지 않고 당을 위해서 문 대표가 살신성인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패배에 대한 원인과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를 논의하겠다고 한 만큼, 지켜본 후 대응책을 마련할 생각”이라며 “끝까지 버티면 당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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