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 의자도 마다하고…'꽃동네'서 더 빛난 낮은행보

앉지도 않고 서서 장애인들 일일이 보듬어
예정 시간 보다 더 길게 머물며 축복
  • 등록 2014-08-16 오후 9:09:58

    수정 2014-08-16 오후 9:11:30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음성군 맹동면 꽃동네 희망의 집에서 장애를 지닌 오미현 양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공동취재단] 의자도 마다했다. 여든을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시간 가까이 서서 장애인을 어루만졌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의 벗인 교황의 낮은 행보는 한국땅에서도 빛났다.

16일 오후 4시 30분께 충북 음성의 꽃동네 희망의집. 강당 앞에 마련된 흰 천으로 감싸진 의자에 앉으라는 희망의집 측의 권유에도 교황은 앉지 않았다.

대신 교황은 장애인에 눈길을 돌렸다. 이 자리에는 희망의집에 머무는 성인 장애인 20명과 인근 성모의 집 장애아동 40명,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중증 장애인 3명, 노인 환자 6명,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 8명 등 8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교황은 따뜻한 눈길로 이들을 일일이 맞이했다. 아이들의 볼을 쓰다듬거나 입을 맞추며 축복을 기원했다. 피곤한 내색도 하지 않고 웃음도 잃지 않았다. 한 아이가 손가락을 빨자 자신의 손가락을 아이 입에 가져가며 장난도 쳤다. 교황은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그려 보이기도 했다.

교황은 이들을 쉬 떠나지 못했다. 애초 희망의집 행사는 25분이 예정됐으나 교황은 여기서 40분 이상을 머물렀다.

장애인들도 자상한 교황에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두 손을 전혀 쓰지 못하는 김인자(74) 씨는 발가락으로 직접 접은 종이학을 교황에게 선물했다. 교황은 김 씨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축복의 말을 전했다. 희망의 집을 나와선 장애인들을 향해 엄지를 세워 보이기도 했다. 희망의 뜻이다.

충북 음성 꽃동네는 1976년 청주교구 소속 오웅진 신부가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만든 한국 최대 규모의 종합복지시설이다. 오 신부는 “거리에서 굶고 병들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지난 38년간 지내왔다. 버려지는 사람 없고 이웃 간 사랑이 넘치는 것이 꽃동네가 꿈꾸는 세상”이라며 교황에 축복을 기원했다. 이에 교황은 “모든 분들께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빈다”며 이들을 챙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음성군 맹동면 꽃동네 희망의 집에서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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