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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공동취재단] 의자도 마다했다. 여든을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시간 가까이 서서 장애인을 어루만졌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의 벗인 교황의 낮은 행보는 한국땅에서도 빛났다.
16일 오후 4시 30분께 충북 음성의 꽃동네 희망의집. 강당 앞에 마련된 흰 천으로 감싸진 의자에 앉으라는 희망의집 측의 권유에도 교황은 앉지 않았다.
대신 교황은 장애인에 눈길을 돌렸다. 이 자리에는 희망의집에 머무는 성인 장애인 20명과 인근 성모의 집 장애아동 40명,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중증 장애인 3명, 노인 환자 6명,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 8명 등 8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교황은 따뜻한 눈길로 이들을 일일이 맞이했다. 아이들의 볼을 쓰다듬거나 입을 맞추며 축복을 기원했다. 피곤한 내색도 하지 않고 웃음도 잃지 않았다. 한 아이가 손가락을 빨자 자신의 손가락을 아이 입에 가져가며 장난도 쳤다. 교황은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그려 보이기도 했다.
장애인들도 자상한 교황에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두 손을 전혀 쓰지 못하는 김인자(74) 씨는 발가락으로 직접 접은 종이학을 교황에게 선물했다. 교황은 김 씨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축복의 말을 전했다. 희망의 집을 나와선 장애인들을 향해 엄지를 세워 보이기도 했다. 희망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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