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상증자를 손쉽게 선택하면 안되는 이유

  • 등록 2025-01-13 오후 3:08:12

    수정 2025-01-13 오후 3:08:12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최근 들어 기업들이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 요구로 제동을 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수페타시스(007660), 고려아연(010130), 차바이오텍(085660)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공개(IPO)와 관련해서 주로 정정요구를 했던 것과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기업들은 이같은 금감원의 기류 변화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금감원이 기업의 자본조달 행위에 사실상 질적 심사에 나서는 모양새여서다.

기본적으로 자본(Equity)을 통한 자금조달은 신중해야 한다. 자금조달을 통한 투자로 인한 수익률 기대치가 높다면 조달 비용이 고정된 부채를 통해 조달하는 게 합리적이다. 유증이 해당 조달 행위로 이자 비용을 벌어들일 자신이 없단 시그널로 읽힐 경우 유증 발표로 주가가 폭락하기도 하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유증을 발표했던 기업들은 대부분 주가가 떨어졌다.

무엇보다 회계학이나 경영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부채보다 자본의 조달 비용이 높다고 가르치고 있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기업들이 배당에 인색하고, 주주 가치 제고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 제어 장치가 없다면 손쉬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전락할 뿐이다. 심지어 자본시장이 오너가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행태가 최근 지적을 받고 있는 오너 등 대주주의 이익만 추구하고 소액주주의 이익은 외면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또한 경계해야 한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장안이 탄핵 정국으로 멈춰서 있지만 정치가 정상화된다면 1순위로 추진될 수 있다. 이때 기업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섣부른 유증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한다.

금융위원회 한 고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상법 개정에 대해 상장사 CEO들이 반대성명을 내면서도 정작 자발적 개선 노력에 대한 언급 한마디가 없었다”며 “주주가치보호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해결이 최선인데 이를 하지 않는다면 규제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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